‘북한 디자인 프로젝트’ 추진하는 英글꼴디자이너 반브룩씨

  • 입력 2003년 4월 10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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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디자인에 대한 제 솔직한 느낌은 ‘재미있다(funny)’는 것이다.”

2000년부터 ‘북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세계적인 글꼴디자이너 조너선 반브룩(37·사진)이 10일 강연차 방한, 서울 영국문화원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반브룩씨는 영국 런던의 소호거리에서 ‘바이러스’라는 이름의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실험적이고 도발적인 타이포디자인과 그래픽디자인을 발표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그는 독특하게도 디자인이란 측면에서 북한에 접근해 오래전부터 그곳의 디자인 작품 등을 수집해 왔다.

그는 “북한의 디자인은 유치할 정도로 속이 확연히 들여다보인다”며 고전적 프로파간다(propaganda)나 키치(kitch) 등의 용어로 설명했다. 그는 “그곳에서 생산되는 시각적 언어는 내가 학교에서 중요하다고 배웠던 모든 것들과 완전히 상반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관심은 북한이라는 ‘완벽히 단절된 공간’에서 사용되는 디자인의 특징이다. “그것은 북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온 우주를 통제하려는 욕구를 지닌 모든 독재정권에 해당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반브룩씨는 말했다.

사실 ‘북한 디자인 프로젝트’의 진정한 의미는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이 각각 다른 목소리로 선전하는 유토피아가 사실 똑같은 모순을 가지고 있음을 폭로하는 것이다.

정치의 음모에 민감한 유럽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는 “미국인이 TV를 보면서 미국의 정치인들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다 믿는 데 깜짝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반브룩씨는 ‘애드버스터스(Adbusters)’라는 안티광고 잡지를 통해 현대 기업의 전횡, 자본주의의 소비풍조, 세계화의 폐해 등을 고발하는 그래픽 작품을 발표해 왔다.

그는 코카콜라가 온실효과를 초래하는 물질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그 회사의 광고제의를 거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반브룩씨는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300여명의 청중을 대상으로 ‘언어는 바이러스다’라는 제목의 강연을 한 뒤 일본으로 출국했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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