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이미 홍역을 치렀고 공무원사회는 아직 술렁거리고 있으며 언론계와 교육계도 어수선한 봄을 맞고 있다. 이라크전 파병 논란으로 보혁 갈등이 거리로 뛰쳐나오기도 했다. 정치권 내분은 말할 것도 없다. 노 대통령 역시 이 같은 현실인식 아래 기도회에서 “지금 여러 갈등이 많다”고 말을 꺼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의 화법도 종전과는 달랐다. “대선 때 반대편에 섰던 사람에게도 분노를 기억하지 않고 힘을 합치자고 손을 내밀겠다”는 말은 통합의 리더십을 적확하게 표현한 것이다. 또한 “국민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결코 교만하지 않겠다”는 말은 그에 필요한 기본자세를 얘기한 것이었다. 우리는 공감하고 기대한다. 그러나 노파심에서 몇 마디 덧붙인다.
첫째, 선거 때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을 반대편으로 규정해선 안 된다. 그들은 민주사회에서 허용된 ‘다른 선택’을 했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해야 마음속의 분노도 삭일 수 있다. 선거라는 시장에서 다른 상품을 골랐다고 화를 낼 수야 없지는 않겠는가. 둘째, 그냥 손을 내미는 정도가 아니라 그런 사람들에게 직접 다가가 손을 마주잡았으면 한다. 누구보다 힘이 센 대통령의 포용과 관용은 능동적 적극적이어야 하는 것이다.
셋째, 대통령이 약한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은 겸손이 아니다. 다른 세력과 동렬에 서서 논쟁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겸손과 거리가 멀다. 넷째, 국민의견이나 여론 편식을 피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듣기 싫은 소리를 언짢아하는 것은 금물이다. 다섯째, 국정운영에서 승부를 염두에 둬선 안 된다. 이기고 지는 게 아니라 조화와 공존이 통합의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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