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것은 앞으로 전개될 길고 어려운 북핵 해결과정의 시작일 뿐이다. 다자대화를 수용할 수 있다는 북한의 진의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더욱이 북한은 미국이 먼저 대북(對北) 적대정책을 포기할 것을 전제로 내걸고 있고, 미국 역시 엊그제 딕 체니 부통령이 밝힌 대로 북한의 선(先) 핵 포기를 강조하는 등 양측의 입장 차는 여전히 크다. 그러나 북한이 일단 변화된 자세를 보였고 미국도 최근 ‘평화적 해결’을 강조해온 만큼 양측은 협상의 불씨를 살려 나가는 노력을 계속하기 바란다.
먼저 “북한과 이라크는 다르다”고 해온 미국이 이 두 나라의 차이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북한이 태도 변화 가능성을 보인 데 대해 미국은 북한이 신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제시함으로써 상응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한 발씩 앞으로 다가설 때 협상은 선순환의 궤도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북한도 미국과의 파국적인 전쟁을 원치 않는 이상 좀 더 전향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라크전쟁의 비극성은 한반도에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결자해지(結者解之)는 바로 북핵 문제에 적용되는 말인 것이다.
이라크전이 종결 국면에 접어들면서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이 때 북-미 양측은 이번 북한의 변화를 계기로 대화의 접점을 찾아 상호신뢰의 기반을 마련하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북-미 모두에 주어진 대전제이자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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