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오른 '외교부 人事'

  • 입력 2003년 4월 13일 18시 57분


외교통상부가 북핵 해법 마련과 한미동맹 재조정 등의 산적한 현안에도 불구하고 인사 지연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 빠져 있다.

재외공관장뿐만 아니라 국장 및 심의관급 인사가 지연되면서 새로운 진용을 짜지 못하는 바람에 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재외공관장회의도 5월 말로 연기됐다. 외교부는 한미정상회담 일정(5월14일·워싱턴) 등을 고려해 공관장회의를 연기했다고 밝혔으나 실제 이유는 인사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윤영관(尹永寬) 외교부 장관이 김재섭(金在燮) 차관을 배제한 채 극소수의 가까운 사람들과 인사 내용을 협의하고 있기 때문에 인사안 마련과 검증에 시간이 걸린다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차관보급 인사의 출신지역 및 학교 편중 현상으로 인해 내부 갈등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0일 ‘호남 홀대론’을 부인하면서 “외교부는 호남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왜 언론이 이런 것은 보도하지 않고 있느냐”고 말할 정도로 ‘호남 약진’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윤 장관을 비롯해 황두연(黃斗淵) 통상교섭본부장, 조영재(曺永載) 기획관리실장, 이수혁(李秀赫) 차관보 등이 전북 출신이다. 김 차관과 이선진(李先鎭) 외교정책실장은 대구, 최영진(崔英鎭) 외교안보연구원장은 개성 출신이고 한승주(韓昇洲) 주미대사와 김현종(金鉉宗) 통상교섭조정관은 서울 출신이다. 이처럼 새 정부 출범 후 외교부 내에 새로 자리를 잡은 1급 이상 9명 중 4명이 호남 출신이며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은 5명이나 된다.

일부 직원들이 이 같은 ‘편중 인사’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노 대통령이 외교부의 호남 편중 인사를 거론한 것도 이 같은 내부 분위기를 보고받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라는 후문이다.

이런 가운데 다음 주중 국장급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설이 나돌자 외교부 간부들은 업무보다는 인사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장급 16개 자리 가운데 개방직 4개와 이미 유임이 확정된 4개를 제외한 8개 자리가 인사 대상이다. 그런데 국장급 공모 결과 87명이 1, 2, 3지망으로 160개 자리에 복수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업무의 안정성을 위해 2년간 보직을 유지시킨다는 방침이 알려지자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인사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외교부 한 관계자는 “공정한 원칙에 따라 인사 문제를 빨리 일단락 짓고 북핵 해법 마련 등 외교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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