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성토장 된 민주당 의원총회

  • 입력 2003년 4월 14일 18시 56분


대북비밀송금 특검법 재협상에 대한 한나라당의 소극적 태도를 성토하기 위해 14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가 거꾸로 지도부 성토장으로 바뀌었다.

이날 의총 첫머리에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여야간 합의를 기대한다고 했는데, 한나라당은 이제 와서 ‘합의된 것이 없다’며 딴소리를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도 특검법이 공포된 지난달 14일 막판 협상 과정을 설명하며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려고 하자 특검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가 지금은 ‘아쉬울 게 없다’고 말한다”며 “민주당 자체 수정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유용태(劉容泰) 의원이 “한나라당이 약속해 놓고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약속을 안 한 것인지를 분명히 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분란이 시작됐다.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는 “이런 사태가 올 줄 알았다. 특검법은 합의를 봤다는 사람들이 계속 협상하라”며 지도부를 직접 공격했다.

이때 이 총장이 해명을 자청해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특검법 수정에 대해) 합의된 것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미묘한 것이 있다”고 말하자 의총장은 발칵 뒤집혔다. 이는 여태껏 한나라당측에 합의를 지키라고 목소리를 높여왔으나 그런 요구를 할 근거가 없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기 때문.

유용태 천용택(千容宅) 이훈평(李訓平) 의원 등이 “그게 무슨 소리냐”며 고함을 치자 정대철(鄭大哲) 대표는 아예 고개를 떨어뜨렸고 지켜보던 당직자들은 “어휴”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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