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北-中에 허 찔렸다"…3者회담 배제에 당혹

  • 입력 2003년 4월 16일 18시 57분


북한 핵문제를 논의하는 다자회담에서 일본이 제외되자 일본 정부가 당혹해하고 있다. 겉으로는 “한반도 안정에 기여한다면 회담 형식은 중요치 않다”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방심하다가 북한과 중국에 허를 찔렸다”며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가 다자회담에 집착하는 직접적 이유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양국은 지난해 9월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정상화에 합의했지만 납치문제가 불거지면서 공식적인 대화가 끊긴 상태. 당시 일본으로 돌아온 납치 피해자 5명은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과의 재회와 대북 경제제재를 요구하면서 일본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일본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대북경수로 사업에 거액의 건설비를 분담한 만큼 한반도 문제의 ‘국외자’가 아닌 ‘이해 당사자’로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논리도 작용했다. 외무성 고위간부는 “북핵 문제는 일본의 안보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일본은 다자회담 멤버 자격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납치문제의 쟁점화를 꺼린 북한이 중국과 손잡고 자신을 따돌렸다고 보고 있다. 도쿄신문은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회담이 유력했지만 북한이 일본 대신 유럽연합(EU)을 포함시키자고 주장하고 중국도 일본의 참여에 난색을 보이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전했다.

일본은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미국의 힘을 빌려 다자회담의 한자리를 차지하되, 여의치 않으면 미국측에 납치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이 같은 일본 정부의 대응에 대해 일각에서는 “납치문제까지 미국에 기대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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