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3者회담 한국배제 성토]“北核 저자세 외교 총체적 실패 불러”

  • 입력 2003년 4월 17일 18시 40분


17일 정치권은 한국이 배제된 북핵 3자회담으로 하루 종일 들끓었다.

한나라당은 이날 “정부의 굴욕적인 협상 결과”라고 질타하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와 외교팀 문책, 국회 현안질의 요구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민주당에서는 “한국 배제는 정부가 대북 송금 특별검사법을 수용했기 때문”이라는 비판론이 줄을 이었다.

이날 오전 긴급 소집된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노 대통령과 외교팀을 성토하는 발언들이 봇물을 이뤘다.

박희태(朴熺太) 대표권한대행은 “우리의 운명과 생사를 결정할 회담에서 배제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 북핵 문제가 북-미간 문제이며 한국은 제3자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했던 노무현 정부의 잘못된 기본정책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조웅규(曺雄奎) 국회통일외교통상위원회 한나라당 간사는 “3자회담은 현 정부의 외교적 저자세와 외교 미숙, 잘못된 상황 판단으로 빚어진 총체적인 실패작이며 사실상 변형된 양자회담”이라며 “앞으로 북한은 지연작전을 펴면서 우리 정부에 각종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상황이 악화되면 미국에 책임을 전가하며 반미감정을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용갑(金容甲) 의원은 “노 대통령의 거짓말, 무원칙, 무소신을 질타해야 한다. 김대중 정권 5년간 퍼주기만 한 결과 왕따를 당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고 의원석에서는 “옳소”라는 말과 박수가 쏟아졌다.

이부영(李富榮) 의원은 “3자회담이 열리게 된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태도가 문제다. 외교당국자들이 사대주의적인 자세로 국익 문제를 다룬 결과”라며 “국민과 국회에 거짓말을 하고 비밀로 감추는 이 정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냐”고 질타했고, 박원홍(朴源弘) 의원은 “노 대통령의 공식사과와 외교팀의 일괄교체를 요구하자”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의총 말미에 ‘노 대통령은 △납북자 국군포로 등 북한 인권문제 대책을 제시하고 △다자회담 참여를 위한 재교섭에 나서라’는 내용이 담긴 4개항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비공개로 열린 민주당 의총에서 정대철(鄭大哲) 대표는 “3자회담은 우리가 북-미대화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차원에서 양보한 것”이라고 설득을 시도했다.

그러나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대북송금 특검법이 악영향을 미쳐 남북관계가 모두 단절됐다”고 비판했고, 심재권(沈載權) 의원은 “특검 공포 과정에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며 청와대를 겨냥하기도 했다. 추미애(秋美愛) 의원은 “(북핵 회담의) 한국배제는 특검법을 그대로 공포한 데서 나타난 이상증후군이다”며 “북핵 문제는 우리가 빠져서는 안 되는 당사국이라는 점을 북한과 미국에 설득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만섭(李萬燮) 전 국회의장은 “이번 회담에 참여하지 못하면 한국은 경제지원만 하고 막상 중요한 문제를 논의할 때는 소외당하는 악순환을 막을 수 없다. 민족자존을 내세우고 ‘할 말은 한다’더니 막상 얘기해야 할 때는 하지 않고 국가 체면만 손상시키는 실책을 범했다”고 지적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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