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시장 인위적 재편은 국민선택권 무시 아닌가"…

  • 입력 2003년 4월 17일 18시 47분


▼국회 정무위▼

17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강철규(姜哲圭) 공정거래위원장을 상대로 대기업집단의 출자총액 제한제도 폐지 및 정부의 신문시장 개입 철회 의사를 물었다.

▽재벌 개혁 논란=민주당 박병석(朴炳錫) 이훈평(李訓平), 한나라당 김만제(金滿堤) 의원 등은 “에너지 통신 등 기간산업에 대해선 출자총액제도 제한에 예외를 두자”고 주문했다. 이들은 유럽계 크레스트 펀드가 시장에서 SK㈜ 지분을 매집하는 동안 SK그룹은 규제에 묶여서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 사례를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강 위원장은 “재벌 계열사가 상호 출자로 자산을 부풀려 놓는 잘못된 관행이 사라질 때까지는 손 댈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이어 크레스트 펀드의 SK㈜ 지분 매집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단기 매매차익을 노린 투자가 아니며 (중장기에 걸쳐) 주가 상승을 기대한 투자로 본다”는 견해도 밝혔다.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 의원은 “국민의 정부 5년 동안 공정위가 가지고 있는 규제 권한이 75건에서 151건으로 2배로 늘어났다”며 공정위가 규제 확대에 앞장섰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부겸(金富謙) 의원도 강도 높은 재벌 개혁을 요구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재벌이 정권 초기에 투자 규모를 줄임으로써 경제난을 가중시키는 방식으로 정권 길들이기에 나서왔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이에 대해 “김 의원이 시민단체보다 더 강력한 주장을 한다”며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신문시장 개입 논란=이날 공정위의 신문시장 조사계획을 놓고 한나라당 이성헌(李性憲) 의원과 강 위원장은 한 치 양보 없는 설전을 벌였다.

이 의원은 “공정위가 수많은 업무를 제쳐놓고 신문시장에 개입한 것은 비판언론 재갈물리기 의도가 엿보이는 만큼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일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강 위원장은 “2년간 신문시장 자율에 맡겼더니 해결이 안됐다”며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강 위원장은 신문시장의 인위적 재편은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을 도외시한 정책이 아니냐는 질의에는 “맞는 점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판매시장의 불공정성이 있다면 일반 상품시장과 똑같이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언론사에 부과한 182억원의 과징금을 지난해 말 취소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이 의원은 “공정위가 스스로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행위로 감사원 감사까지 받는 상황에서 또 신문시장 조사는 부당한 일이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취소 결정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며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었다”고 반응했다. 그는 “(일선 지국에서 신문부수 확장 때 자전거를 경품으로 주는) 자전거 영업에 따른 자전거 판매상들의 진정에 따라 조사가 시작됐을 뿐이다”며 정치적 의도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법사위▼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선 대다수 의원들이 법무부를 상대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핵심측근 2명이 연루된 나라종금 로비의혹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이 15일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관계자와 면담해 수배 해제 문제를 논의한 것에 대해선 “위험한 국정운영 방식이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나라종금사건 수사 논란=민주당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이 최근 ‘노 대통령 측근들이 받은 돈은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잇따라 발언한 것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무혐의의 예단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의원은 “검찰이 지난해 안희정(安熙正)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에게 2억원을 줬다는 진술과 ‘돈을 받았다’는 메모까지 입수했는데 이 정도라면 충분히 공소 유지할 수 있는데도 수사를 중단한 것은 ‘권력 눈치 보기’”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심규철(沈揆喆) 의원은 “노 대통령이 공소시효가 지난 정치자금법 관련 사안인 줄 알고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자신 있게 지시했다가 다른 사안이 나와 당황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며 “안 부소장이 받은 돈의 귀착지는 노 대통령 아니냐”고 물었다.

강 장관은 이에 대해 “청와대로부터 수사보고 요구가 일절 없었고 내가 (청와대에) 보고 드린 일이 한 번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천정배(千正培) 의원은 “이 사건은 지난해 대선 직전 언론에 보도돼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표적 수사였다고 생각한다”며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린 정치검사가 있다면 확실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의 한총련 관계자 면담 비판=강 장관은 업무 보고에서 “한총련 수배자들은 실정법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 다만 수배자 및 그 가족의 고통을 고려해 국민화합 차원에서 수배 학생들의 학업 복귀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원들은 강 장관의 한총련 관계자 직접 면담을 비판하며 “한총련 수배자가 다른 범법자와의 차이가 무엇이냐. 그래서 국법 질서가 유지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의원은 “대통령이 직접 면담 방식으로 국정운영을 한다고 해서 법무장관도 따라 하느냐. 대통령이 그러면 장관이라도 말려라. 다른 억울한 사람들이 면담 신청해도 장관은 다 받아줄 것이냐”고 말했다.

한나라당 최병국(崔炳國) 의원이 “국법질서 수호의 수장이 범죄 관련자와 직접 만나도 되느냐. 검찰의 범죄자 소탕이 우선이냐, 협상이 우선이냐”고 묻자 강 장관은 “(범죄 관련자 만나는 것은) 원칙적으로 안 되고 범죄 소탕이 우선이다”고 대답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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