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대체 행정수도 몇 군데 만드나

  • 입력 2003년 4월 18일 18시 20분


민주당 정대철 대표가 사흘 전 공주시장 보궐선거 지원유세에서 “신(新)행정수도 예정지로 충남 공주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 발언은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어떻게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는지를 노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여당 대표가 자기 당 후보의 표를 얻기 위해 행정수도를 판 격인데 문제는 내년 4월 총선까지 이런 일이 충청지역 곳곳에서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여야의 충청권 의원들은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내년 총선에서 당락(當落)을 좌우할 절대적 변수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대선 때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했던 한나라당의 충청권 의원들도 후보지 선정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자칫 여야가 경쟁적으로 자기 지역에 행정수도를 만들겠다고 나설 판이다. 이럴 경우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마다 부동산투기 바람이 불 것이 뻔하고 뒤늦게 입지 선정에서 탈락한 지역의 후유증은 클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집권 1년 이내(2004년 2월)’에 입지를 선정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입지 선정기한을 슬며시 내년 하반기로 미뤘다. 행정수도를 총선용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은 그래서 나온다. 혼란을 막으려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입지 선정을 해야 한다. 내년 총선 전까지는 결정해야 행정수도 문제가 정략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아직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안이다. 노 대통령이 국민투표로 이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 만큼 대선 결과를 국민적 합의라고 보기는 어렵다. 행정수도 이전이 과연 수도권 과밀해소대책이 될 수 있는지, 천문학적인 이전비용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란도 정리되지 못했다.

그런 판에 여당 대표는 이 문제를 선거에부터 이용하고 나섰다. 이런 식이라면 내년 총선 때까지 행정수도 후보가 도대체 몇 군데나 나올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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