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虎視牛行' 편지 화제

  • 입력 2003년 4월 20일 16시 30분


"내가 생각하는 개혁의 방법은 호랑이처럼 보고 소처럼 걷는 것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8일 새벽 청남대에서 직접 쓴 '호시우행(虎視牛行)' 편지가 화제가 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18일 저녁 이 편지를 청와대 홈페이지(www.president.go.kr)에 올렸고, 20일 오후 조회건수는 7500회를 넘어섰다. 청와대는 19일 이 편지를 공무원 10만명과 청와대 홈페이지 회원 20만명에게 e메일로 보내기도 했다.

청남대 반환 행사 몇 시간 전에 쓴 이 편지에서 노 대통령은 "내가 생각하는 개혁의 방법은 일부에서 걱정하는 것처럼 대립적이거나 과격하지 않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도 겸손한 마음으로 이해시키고 스스로 변화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면서 '호시우행'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내가 가진 소신이 자신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나를 흔드는 일부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다. 누구 편도 아니다. 소처럼 묵묵히 내 길을 가면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도 나를 이해하게 되리라는 것을 믿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국민 여러분의 사사로운 이익이나 집단의 이기(利己)로 보면 참 인기없는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면서 "못난 나를 이 시대의 희망으로 보고 있는 양식있는 국민과 함께 나를 흔드는 사람까지 가슴에 안고 나아가겠다"고 글을 맺었다.

노 대통령은 편지의 앞 부분에서는 "대통령으로서 첫 공식행사를 국립현충원 참배로 시작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 앞에서 멸사봉공(滅私奉公)을 다짐했고, 청남대를 돌려드리기로 한 것은 나 스스로 사사로운 노무현을 버리기 위해서이다"고 설명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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