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영문판 보도 誤譯인가 고의인가

  • 입력 2003년 4월 20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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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실제로 핵처리 단계에 들어갔는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진 데에는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 발언을 영어로 번역해 자체 공식 웹사이트 영문판에 올린 번역문도 한몫을 했다.

19일 뉴욕 타임스 등에 따르면 조선중앙통신이 당초 웹사이트에 띄운 영문은 “We are successfully reprocessing more than 8000 spent fuel rods at the final phase(우리는 마지막 단계에서 8000개가 넘는 폐연료봉을 성공적으로 재처리하고 있다)”였다. 누가 읽더라도 미국이 ‘금지선(Red Line)’으로 간주해온 재처리를 현재 진행 중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는 단정적인 표현이었다.

이 때문에 미 행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3자회담 1주 전에 이것을 발표한 것은 우리 눈에 모래를 집어넣는 일”이라며 “이는 모욕적인 일”이라고 흥분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얼마 후 문제의 영문판 기사를 웹사이트에서 삭제했다.

미 국무부는 한국어 전문가들을 동원해 한글판을 정밀하게 영역한 결과 북한이 핵 재처리를 위한 준비작업이 종결단계에 있음을 밝힌 것이라고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부의 영문 번역은 “We are successfully completing the final phase to the point of the reprocessing operation for some 8000 spent fuel rods(우리는 8000개가 넘는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에 이르는 마지막 단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있다)”였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북한이 한국어로 전한 대변인 발언은 “…이제는 8000여개의 폐연료봉들에 대한 재처리 작업까지 마지막 단계에서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되어 있어 미 국무부가 번역한 것이 북한이 자체적으로 번역해 웹사이트에 올린 것보다 원문에 가깝다.

북한의 영문판 보도가 실수인지, 혹은 혼선 유발을 위한 의도적 오역인지는 분명치 않다.

이수혁(李秀赫)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재처리 부분을 모호하게 표현해 미국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한 것일 수도 있으며 그런 선례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

▼北외무성 대변인 발언 全文▼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베이징(北京)에서 조선반도 핵문제와 관련하여 조(북)미회담이 열리게 되는 것과 관련하여 18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가 제기한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조선반도의 핵문제 해결을 위한 조미회담이 베이징에서 곧 열리게 된다. 이 회담에서 중국측은 장소국으로서의 해당한 역할을 하게 되며 핵문제의 해결과 관련한 본질적인 문제들은 조미쌍방 사이에 논의하게 된다.

이번 베이징회담이 이라크전쟁이 벌어진 시점에서 열리게 되는 것으로 하여 국제적인 여론이 분분하다. 이라크전쟁은 전쟁을 막고 나라의 안전과 민족의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오직 강력한 물리적 억제력이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우리가 이미 선포한 바와 같이 지난해 12월부터 핵활동을 재개한 데 따라 그리고 지난 3월 초에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들에 중간통보를 해준 바대로 이제는 8000여개의 폐연료봉들에 대한 재처리작업까지 마지막 단계에서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이미 미국이 대(對)조선정책을 대담하게 전환할 용의가 있다면 대화의 형식에 크게 구애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의도를 확인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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