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관급 회담 제의 배경]南여론무마-식량챙기기 '2중 포석'

  • 입력 2003년 4월 20일 18시 43분


23∼25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릴 예정인 북·미·중 3자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19일 10차 남북장관급회담 개최를 남측에 제의한 것은 3자회담에서 배제된 남측의 여론 악화를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북한이 ‘우리 민족끼리’를 외치며 민족공조를 강조해 놓고, 정작 중요한 핵문제를 논의하는 회담 자리에는 직접적인 당사자인 남한의 참여를 거부한 데 따른 남한 국민의 불만을 달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김영수(金英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만약 북한이 장관급회담 개최를 제의하지 않은 채 3자회담이 열렸다면 남한 내 비판여론이 더 강해졌을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무슨 대북지원이냐’는 반발 때문에 북한이 꼭 필요로 하는 식량과 비료를 지원받는 일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남북관계 단절을 원치 않는 남한 정부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한편 남쪽 사회에 대북지원에 관한 논쟁거리를 제공하려는 의도도 있다”며 “핵문제와 남북대화는 별개라는 메시지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이번 장관급회담 제의는 체제유지를 위해서도 남한을 도외시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허문영(許文寧)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체제유지는 안보위기와 경제난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특히 경제를 풀어가려면 남한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북한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허 위원은 “북한이 핵문제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체제안전 보장을 받아내는 한편으로 남한을 달래 당면한 경제문제를 풀어가려는 포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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