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나 미국은 이번 회담이 3자회담이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누차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3자회담을 수용한 것도 최소한의 ‘다자회담’ 틀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6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3자회담으로 시작하지만 한국과 일본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측은 이번 회담이 3자회담일 뿐 아니라 이 회담을 4자 또는 그 이상의 확대된 범위로 운영할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러나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번 회담이 양자회담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 회담에서 중국측은 장소국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며 핵문제의 해결과 관련한 본질적인 문제들은 조-미 쌍방 사이에 논의하게 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중국은 장소만 제공할 뿐 실질적인 ‘협상’은 북-미 양자회담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관건은 3자회담을 성사시킨 중국의 태도다. 중국은 다자대화를 고집하는 미국에는 ‘형식’ 상의 명분을, 북-미 양자 대화를 고집하는 북한에는 실질적인 양자대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이번 3자회담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중국은 공식적인 발표 과정에서는 3자회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리빈(李濱) 주한 중국대사는 18일 “중국은 나름대로 건설적 역할을 발휘할 수는 있지만 중재할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다”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두 당사자(북-미)가 어떻게 노력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결국 3자회담에 참석해 북한 핵문제는 북-미 양자가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중재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이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3자대화가 좌초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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