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증시株' 부상…베이징 3자회담에 투자자들 촉각 곤두

  • 입력 2003년 4월 23일 17시 55분


증시의 관심이 23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국 중국 북한의 3자회담에 쏠리고 있다.

이 회담에서 북한 핵문제 관련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느냐가 주가 움직임을 좌우할 중요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

최근 증시는 북한 핵문제에 대한 외국인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매매주체가 바뀌는 모습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23일 857억원을 순매도해 사흘 동안 ‘팔자’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17일부터 순매도한 금액은 모두 8800억여원. 하루 매도금액이 월간 하루평균 매도금액보다 높아지는 등 매수 강도도 낮아지고 있다.

카드채 문제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관투자가들은 프로그램 매수 외에 별다른 매수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상태.

개인만 ‘나홀로 사자’로 맞서고 있다. 개인은 사흘 연속으로 3635억원을 순매수했다. 그러나 이는 이전에 매도했던 자금이 다시 증시로 돌아오고 있을 뿐 실질자금이 증가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LG투자증권 서정광 연구원은 “외국인이 당분간 한국에 대한 시각을 바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결국 시장의 매수 주체는 당분간 개인이 되겠지만 매수 여력은 1000억∼1500억원으로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걷어낼 만큼 협상 분위기가 반전되지 않는 한 주가가 추가 탄력을 받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흘러나오는 대북 강경발언과 북한의 대응방식을 감안할 때 이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북한의 다자간 대화 수용 발표 이후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기대감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며 “과거처럼 밀고 당기기식 협상이 진행되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했을 때도 이후 북-미 제네바합의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1년7개월.

이 기간에 종합주가지수는 600선대에서 900선까지 오히려 꾸준히 올랐다. 그러나 이는 반도체 경기의 활황에 힘입어 주가가 살아나고 있었고 외국인들의 영향력도 크지 않은 시점이었다.

외국인들의 투자한도가 10%로 제한돼 있고 국내주식 보유금액도 13조2000억원(현재의 15% 수준)에 불과해 ‘한반도 리스크’가 증시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이번과 다르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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