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위 ＂고영구 국정원장 부적절＂]사실상 人事 백지화 요구

국회 정보위가 23일 고영구(高泳耉)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해 ‘국정원장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공식 채택함에 따라 앞으로 고 후보자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국회가 고 후보자의 임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했지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반드시 이를 따라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

인사청문회법상 청문회를 실시한 국회의 권한은 청문회 경과보고서를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제출하는 데 그칠 뿐이고, 이를 대통령에게 강제할 수 있는 효력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이날 국회 정보위가 고 후보자에 대해 ‘부적절’ 의견을 낸 데 대해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국회의 의견이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를 거스를 경우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노 대통령이 고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경우 국회가 달리 대응할 법적 수단은 없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청문회의 취지가 국회로 하여금 적합성 여부를 검증해 달라는 것인 만큼 그 결과를 거부한다면 심각한 사태가 초래될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런 탓에 청와대는 일단 공식 반응은 피한 채 24일 오전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정무수석비서관실은 국회 의견서 채택 직후 곧바로 회의를 열어 대책을 숙의하는 등 부산한 모습이었다.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비서관도 “‘부적절’ 의견이 나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면서 “국회에서 의견서를 정식으로 보내오면 검토하겠지만 내일(24일) 회의에서 임명 여부가 자연스럽게 논의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 수석은 또 “인사청문회의 취지를 생각하면 가급적 국회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전제한 뒤 “국회에서 제기된 것이 충분히 예상됐던 문제제기라면 참고만 하면 될 것이고, 미리 예측하지 못한 문제제기가 있다면 다시 고려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핵심 관계자는 “앞으로 국정원 개혁을 통해 국정원의 기능이나 위상이 달라질 것이라는 점에서 군이나 검찰 출신이 아닌 재야 변호사 출신을 지명한 것인데, 국회가 과거의 잣대만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냐”며 국회의 의견에 불만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국회 보고서가 국회의장에게 전달된 뒤 본회의 보고 절차(29일 본회의 예정)를 거쳐 송부해 오면 국회 의견을 수용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정보위 국정원장후보 청문회 보고서 주요내용
▽고영구 국정원장 후보자 '부적절' 사유	▽서동만 기조실장 내정자 '불가 사유
①정보에 대한 비전문가 ②국가보안법 폐지 활동 전력 ③간첩 김낙중 석방운동 전개 ④한총련 수배자 해제 요구 등	①친북편향성이 강함 ②정보업무 경험 전무 ③국가정보원의 정무직에 부적합한 민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