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범한’ 핵 포기가 살 길이다

  • 입력 2003년 4월 28일 18시 32분


북한이 베이징 3자회담에서 제시했다는 이른바 ‘새롭고 대범한 해결방도’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 외교 안보 관계자들은 그 내용을 직접 공개하지 않았지만 핵과 체제보장을 교환하자는 요지의 언론 보도가 대체로 맞다고 설명하고 있다. “과거에 다 나온 내용”이라고 의미를 평가절하하는 관계자도 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새롭고 대범한’ 제안을 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인가. 기존 입장을 다시 정리한 제안에 대해 요란하게 의미를 부여한 북한의 속내가 궁금하지만 우리가 먼저 긴장을 풀 이유는 없다.

북핵 사태의 근원은 북한이 94년 제네바합의를 깨고 비밀리에 핵개발을 계속해 왔다는 데 있다. 더 나아가 북한은 최근 폐연료봉 재처리를 언급하고 마침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제안도 단순한 협상용이 아니라 북한이 마지막까지 핵 위협을 거두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읽어야 한다.

북측 제안이 ‘동시 타결’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그 현실적인 어려움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이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핵을 포기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핵 검증에는 기본적으로 시간이 걸린다. 북측이 ‘조건부 핵 포기’를 시사했다고 해서 사안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게 볼 때 핵문제 해결의 공은 역시 북한쪽에 넘어가 있다. 북한은 ‘대범한’ 제안을 선전할 게 아니라 대범하게 먼저 핵을 포기하는 것이 난국을 극복하는 돌파구임을 알기 바란다.

정부도 북한의 제안을 좀 더 냉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남북 장관급회담에 참석하고 있는 정세현 통일부장관이 핵 포기를 북한에 촉구하고 있다지만 필요할 경우 ‘채찍’을 들 수 있다는 단호함도 보여줘야 한다. 어제 외교통상부 업무보고에서 윤영관 장관이 밝힌 대로 한미간에 북핵 문제를 놓고 일치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외교 노력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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