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 위한 선도투쟁’ vs ‘쿠데타적 발상’=친노 신당 추진파들은 신당추진위 구성 요구를 ‘신당 창당을 앞당기기 위한 선도적 행동’(신기남·辛基南 의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날 모임에는 유재건(柳在乾) 정장선(鄭長善) 문석호(文錫鎬) 의원 등 서명파이면서도 신당 창당에 신중한 입장이었던 의원들과 비서명파의 장영달(張永達) 이재정(李在禎) 의원도 참석해 신당추진론의 파고가 간단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에 앞서 당내 각 개혁그룹 간사급 의원들도 이날 조찬 모임에서 “민주당의 리모델링 수준으로는 안된다. 개혁을 바라는 사람들이 헤쳐모여식으로 신당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선대위 본부장급 모임에 참석한 이해찬(李海瓚) 의원도 “민주당의 형식을 가지곤 한계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헤쳐모여식 신당론이 본격화하는 데 대한 당내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당장 이날 저녁 친노 신당파 모임에서도 지도부 사퇴 등 ‘혁명적 방식’의 신당추진론에 대한 반론이 적지 않게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모임에 참석했다 도중에 퇴장한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우리가 공신력 있는 세력으로부터 위임받은 것도 아닌데 이런 식의 신당은 안된다”고 말했다. 한 핵심당직자는 “당무회의에서 통과되지도 않은 사조직을 만드는 것은 해당 행위요, 불법 쿠데타이다”고 발끈했다.
▽민주당 안에서 만드느냐, 당 밖에 만드느냐=친노 신당 추진파는 일단 당내에 신당추진위를 구성해 신당 참여세력을 최대한 규합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모임에 참여한 이강래(李康來) 문석호 의원 등은 “신당은 뺄셈 개념이 아니라 당내외 제 정파를 전부 참여시켜 호남을 배제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며 “민주당이 주축이 된 통합신당이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신당 추진파는 이를 위해 ‘민주당으로는 안된다’는 데 뜻을 같이하는 당내의 4, 5개 개혁그룹 모임을 하나로 집결시키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신당 추진파들이 당 지도부 사퇴와 신당추진위 구성 등 ‘초법적’ 요구를 하고 있다는 점이 ‘민주당 내 중심의 신당 창당’의 성사 여부를 좌우할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구주류는 물론 신주류 중에서도 상당수가 이 같은 ‘과격한’ 방식의 신당추진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있어, 당내 신당추진위 구성안 등이 당무회의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고위원과 당 지도부도 사퇴요구를 받아들일 태세가 아니다.
신주류의 좌장인 김원기(金元基) 고문도 이날 신주류 오찬에서 “당을 질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현실정치에서 대세를 형성하지 못할 경우 신당은 ‘주장’으로 끝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천정배(千正培) 신기남 의원 등 신당 추진파가 지도부 사퇴 등을 강경하게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 당내에서는 “일단 민주당 내 신당을 추진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탈당 등의 방법으로 당 밖에서 헤쳐모여를 시도하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신당 추진파의 한 핵심의원은 “일단 당내에서 60, 70명의 신당추진 동조세력을 모으는 작업을 진행하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낡은 세력, 기회주의 세력에 미련을 두지 않고 확고한 개혁의지를 가진 당 안팎의 30, 40명으로 당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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