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원 "오늘은 정장으로 선서"

  • 입력 2003년 4월 30일 11시 59분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캐주얼 차림으로 선서를 위해 단상에 올랐다가 여야 의원들의 거부소동을 일으킨 유시민 의원(개혁당 소속)은 30일 '국회의원 선서에 부쳐 다시 드리는 말씀'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날은 정장차림에 등원, 선서를 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서로 다름에 대한 존중과 관용'이란 부제가 붙은 보도자료에서 "어제 옷을 그렇게 입은 것은 혼자만 튀려는 것도 아니고, 넥타이 매는 게 귀찮아서도 아니다. 국회나 국민을 모독하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저 때문에 어제 의원선서를 하지 못한 오경훈 홍문종 의원께 죄송하다"며 "그래서 오늘은 싱글 정장에 넥타이를 매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또 "국회가 일터가 됐고 일하기 편한 옷을 입고 싶은 것뿐"이라며 "여러 의원들께서 퇴장까지 한 것은 좀 심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다음번 첫 본회의가 열리는 날을 '평상복의 날'로 제안해 넥타이를 풀고 함께 토론하자고 제의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이 보도자료에서 자신을 '새내기 국회의원'이라고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유 의원의 보도자료 전문

[국회의원 선서에 부쳐 다시 드리는 말씀]

'서로 다름에 대한 존중과 관용'

존경하는 박관용 국회의장님과 선배의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고양시 덕양갑 유권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도 인사드립니다. 개혁당 유시민 의원입니다.

오늘 제 옷차림은 괜찮습니까. 싱글 정장에 넥타이를 맸습니다. 어제 옷을 그렇게 입은 이유는 혼자만 튀려는 것도 아니고, 넥타이 매는 게 귀찮아서도 아닙니다.

국회나 국민을 모독하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이제 국회는 제 일터가 됐고, 저는 일하기 편한 옷을 입고 싶은 것뿐입니다. 이런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저는 똑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 좋습니다.

제가 가진 생각과 행동방식, 저의 견해와 문화양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분들의 모든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겠습니다. 그러니 저의 것도 이해하고 존중해 주십시오.

어제 저 때문에 의원선서를 하시지 못한 오경훈 홍문종 두 의원님께는 죄송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정장 입고 왔습니다.

하지만 여러 의원님들께서 퇴장까지 하신 것은 좀 심했습니다. 너무 여유나 여백이 없는 것 같습니다. 웃어넘기거나 영 못마땅하면 점잖게 충고하실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서로 다름에 대한 존중과 관용'

이것이 이제 막 국회에 첫 발을 내딛은 제가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서로 관용할 수 없는 것은 단 하나, 자기와 다른 것을 말살하고 배제하려는 '불관용'밖에 없다고 믿습니다.

서로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의정활동을 약속합니다. 하지만 불관용과 독선에는 단호하게 맞서 싸울 것입니다.

끝으로 한 가지 제안합니다. 어제 저희 전화와 홈페이지를 통해 수많은 분들께서 "오늘은 꼭 한복 입고 의원선서를 하라"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우리 국회가 짙은 색 모노톤 정장만 고집하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질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번 첫 본회의가 열리는 날을 '평상복의 날'로 제안합니다. 넥타이 풀고 함께 토론합시다. 동참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03년 4월 30일

새내기 국회의원 유시민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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