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의원은 '서로 다름에 대한 존중과 관용'이란 부제가 붙은 보도자료에서 "어제 옷을 그렇게 입은 것은 혼자만 튀려는 것도 아니고, 넥타이 매는 게 귀찮아서도 아니다. 국회나 국민을 모독하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저 때문에 어제 의원선서를 하지 못한 오경훈 홍문종 의원께 죄송하다"며 "그래서 오늘은 싱글 정장에 넥타이를 매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또 "국회가 일터가 됐고 일하기 편한 옷을 입고 싶은 것뿐"이라며 "여러 의원들께서 퇴장까지 한 것은 좀 심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다음번 첫 본회의가 열리는 날을 '평상복의 날'로 제안해 넥타이를 풀고 함께 토론하자고 제의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이 보도자료에서 자신을 '새내기 국회의원'이라고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유 의원의 보도자료 전문
[국회의원 선서에 부쳐 다시 드리는 말씀]
'서로 다름에 대한 존중과 관용'
존경하는 박관용 국회의장님과 선배의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고양시 덕양갑 유권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도 인사드립니다. 개혁당 유시민 의원입니다.
오늘 제 옷차림은 괜찮습니까. 싱글 정장에 넥타이를 맸습니다. 어제 옷을 그렇게 입은 이유는 혼자만 튀려는 것도 아니고, 넥타이 매는 게 귀찮아서도 아닙니다.
국회나 국민을 모독하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이제 국회는 제 일터가 됐고, 저는 일하기 편한 옷을 입고 싶은 것뿐입니다. 이런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저는 똑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 좋습니다.
제가 가진 생각과 행동방식, 저의 견해와 문화양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분들의 모든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겠습니다. 그러니 저의 것도 이해하고 존중해 주십시오.
어제 저 때문에 의원선서를 하시지 못한 오경훈 홍문종 두 의원님께는 죄송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정장 입고 왔습니다.
하지만 여러 의원님들께서 퇴장까지 하신 것은 좀 심했습니다. 너무 여유나 여백이 없는 것 같습니다. 웃어넘기거나 영 못마땅하면 점잖게 충고하실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서로 다름에 대한 존중과 관용'
이것이 이제 막 국회에 첫 발을 내딛은 제가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서로 관용할 수 없는 것은 단 하나, 자기와 다른 것을 말살하고 배제하려는 '불관용'밖에 없다고 믿습니다.
서로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의정활동을 약속합니다. 하지만 불관용과 독선에는 단호하게 맞서 싸울 것입니다.
끝으로 한 가지 제안합니다. 어제 저희 전화와 홈페이지를 통해 수많은 분들께서 "오늘은 꼭 한복 입고 의원선서를 하라"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우리 국회가 짙은 색 모노톤 정장만 고집하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질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번 첫 본회의가 열리는 날을 '평상복의 날'로 제안합니다. 넥타이 풀고 함께 토론합시다. 동참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03년 4월 30일
새내기 국회의원 유시민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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