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미교육' 노 대통령 속생각은

  • 입력 2003년 4월 30일 18시 20분


노무현 대통령이 전교조의 ‘반미교육’에 대해 언급한 것은 모두 세 차례다. 문제는 매번 말의 방향이 달라지면서 국민에게 혼란을 안겨주고 있다는 것이다. 평소 원칙과 소신을 강조하는 노 대통령의 정치철학과는 맞지 않는 모습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전교조의 반전교육에 반미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반미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인데 특정 교육단체가 아이들에게 가르쳐도 되는지 검토하라’고 교육부에 지시했다. 전교조의 ‘반미교육’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틀 후인 24일 노 대통령은 ‘전교조의 반미교육에 관한 것은 과장 증폭되어 나간 것 같다’는 해명성 발언으로 한걸음 후퇴했다.

엊그제 노 대통령에게 반미교육 실태를 보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교조의 일부 수업자료가 반미감정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는 교육부 보고를 받은 노 대통령은 ‘특별히 문제 삼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해 또 한걸음 물러섰다.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노 대통령이 이와 동시에 ‘가치관을 교육할 권리가 국가에 있는 만큼 전교조가 대신해서 그것을 지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한 것 때문이다. 반미교육 실태조사를 접하고 나니 별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뜻인지, 아니면 전교조에 잘못이 있다는 뜻인지 어느 쪽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다.

‘반미교육’은 그리 복잡한 문제가 아니다. 반미 내용이 사실로 드러난 이상 대통령은 교육의 중립성이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면 그만이었다. 대통령의 말이 자꾸 모호해지는 것은 전교조를 지나치게 의식했기 때문인가.

교육당국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난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꼭 ‘반미수업’이 아니라도 교육 문제는 극한 갈등으로 치닫고 있고 여기에는 전교조 책임도 있다. 대통령의 불분명한 자세는 갈등을 방치하는 것이다. 최고통치자로서 ‘코드’가 통하는 것과 잘잘못을 가리는 것은 분명히 구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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