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이 서한에서 "대선 당일인 지난해 12월19일 238만 1700부를 발행했으며 이는 하루 평균 발행부수인 238만 5907부보다 4207부 적다"며 "당일이 선거 공휴일이어서 서울 시내 가두 판매 부수를 줄였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이 어떤 경로로 이같이 잘못된 정보를 취득했는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의 발언이 지상파 방송을 통해 전국 시청자에게 중계됨으로써 조선일보사의 명예가 크게 실추됐다"며 "공무원들에게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는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청구로 대응할 것'을 일관되게 주문했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사실과 다른 이번 발언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100분 토론'에서 패널로 참석한 김영희(金永熙) 중앙일보 대기자가 "과거 언론에 박해를 받았다고 했는데 무슨 고통을 받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선거 전날 정몽준 후보가 공조를 파기했다는 그 신문을, 무가지로 어마어마하게 찍어 가지고…, 조선일보 그랬지 않습니까? 진실입니다. 진실이고요"라고 답변했다.
이에대해 당시 노 후보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2일 "투표일 아침에 조선일보가 아파트 단지에 대량으로 쌓여 있다는 제보가 비서실에 빗발쳤다"며 "노 대통령이 '조선일보가 무가지를 뿌렸다'고 한 말은 이를 두고 한 말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효재(金孝在) 조선일보 판매국장은 "배달 현장을 한 번이라도 와본 사람이라면 그처럼 말할 수 없다. 한 아파트 단지에서 보는 수백부의 신문을 한꺼번에 배달할 수는 없어 미리 갖다놓은 것"이라며 "지금도 아파트 입구에는 구독 신문 뭉치를 쌓아 놓는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조선일보 2002년 12월 19일자 사설▼
[사설] 鄭夢準, 노무현을 버렸다
16대 대통령 선거의 코미디 대상(大賞)은 단연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다. 선거 운동 시작 직전, 동서고금을 통해 유례가 없는 여론조사로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고, 선거운동 마감 하루 전까지 공동 유세를 펼치다가, 투표를 7시간 앞둔 상황에서 정씨가 후보 단일화를 철회했다. 이로써 대선 정국은 180도 뒤집어졌다.
이런 느닷없는 상황 변화 앞에 유권자들은 의아한 심정이지만, 따지고 보면 ‘노·정 후보 단일화’는 처음부터 성립되기 어려운 일이었다. 북한 문제와 한·미관계를 보는 시각부터, 지금의 경제상황과 사회적 문제를 보는 눈이 기본적으로 다른 두 후보가 단지 여론조사에서 우세한 사람을 단일후보로 뽑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투표 직전이긴 하지만, 정씨가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은 결국 이런 근본적 차이를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희극적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벌어진 급격한 상황 변화 앞에서 우리 유권자들의 선택은 자명하다. 지금까지의 판단 기준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뒤집는 것이다.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0일 동안 모든 유세와 TV토론, 숱한 유권자들의 마음을 졸인 판세 및 지지도 변화 등 모든 상황은 노·정 후보 단일화를 전제로 한 것이었는데, 이 같은 기본 구도가 변했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전국의 유권자들은 새로운 출발을 기약하며 투표소로 향할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고 유세를 함께 다니면서 노무현 후보의 손을 들어줬던 정몽준씨마저 ‘노 후보는 곤란하다’고 판단한 상황이다. 이제 최종 선택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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