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특정인에 대해 직접 ‘역성’을 들었든, 청와대 어느 라인에서 ‘미는 의사’를 밝혔든 결국 마찬가지다. 청와대측 전화를 받는 사람은 그것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 이사장이 밝힌 대로 청와대측 개입이 사실이라면, 이는 청와대가 KBS를 좌지우지하기 위해 특정인을 사장으로 선출토록 이사회에 압력을 넣은 것으로 해석된다. 만일 청와대 누군가가 특정인을 부탁하는 전화를 했다면 이는 대통령이 말했듯 ‘패가망신’해야 마땅한 인사청탁에 해당한다.
서동구 전임 사장의 인사파동에 이어 청와대가 또 한 번 물의를 일으키며 ‘코드’가 같은 인물을 KBS 사장에 앉히려고 집착하는 이유를 묻고 싶다. 노 대통령이 ‘100분토론’에서 털어놓은 대로 ‘대선 때 우리 캠프에서는 KBS가 우호적이지 않고 편파적이라고 평가’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공영방송 KBS를 정권의 홍보기구로 만들어 ‘대통령 대접’을 받기 위해서인가.
지 이사장은 부사장과 본부장을 전격 교체한 정연주 사장에게 친필 서신을 통해 ‘혁명이 아니라면 이번 인사는 있을 수 없으며 공기관을 매우 사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데 대해 크게 우려한다’고 했다. 하루아침에 단행된 인사에 대해 신임 사장, 나아가 청와대와 ‘코드’가 맞는 인물이 중용된 것은 아닌가 걱정하는 소리도 있다.
시청료로 상당부분 운영되는 KBS의 존재 이유는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통해 공공성과 공익성을 구현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독립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치권력으로부터 KBS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는 청와대의 사장 인선 개입이 어떤 라인에서 빚어진 일인지, 이사회의 사장 선출은 적법했는지 밝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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