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진보-보수파의원 정면충돌

  • 입력 2003년 5월 2일 19시 06분


내부갈등을 빚어 온 한나라당의 진보 보수파가 2일 정면충돌했다.

당 사무처가 전날 소속의원 전원인 153명의 이름으로 고영구(高泳耉) 국가정보원장 사퇴권고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 1차 도화선이 됐다.

원내총무를 지냈고, 진보성향 의원 모임인 ‘국민 속으로’를 이끌어 온 이부영(李富榮) 의원은 이날 오전 김부겸(金富謙) 안영근(安泳根) 의원과 기자회견을 갖고 “당 지도부가 반대의사를 갖고 있는 의원들에게 묻지도 않고 이름을 올렸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또 “당이 냉전시대의 극우수구 노선으로 회귀하고 있다”며 공격했다. 성명서에는 김영춘(金榮春) 김홍신(金洪信) 서상섭(徐相燮) 이우재(李佑宰) 의원도 서명했다.

소수의견을 많이 내 온 김부겸 의원은 “당내 다수파가 집주인 행세를 하면서 개혁파를 이지메(집단따돌림)하는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며 정면 대응하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안영근 의원은 ‘탈당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당분간 당내 개혁에 전념할 생각이다”고 답했다.

한편 결의안 제출을 주도한 이규택(李揆澤) 원내총무도 곧바로 회견을 갖고 “의원총회에서 참석의원 80여명 가운데 반대 발언은 1명에 그쳤다”며 “의총에서 당론으로 결정된 만큼 관례대로 소속의원 전원의 이름을 올렸다”고 맞섰다.

충돌은 당 밖에서도 계속됐다.

김영춘 의원은 불교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개혁을 못 견디는 허약체질로는 당의 진정한 변신이 불가능하다”고 지도부를 추궁했다.

그러나 김무성(金武星) 의원은 MBC 라디오 전화인터뷰에서 진보성향 의원들을 겨냥해 “그들은 같은 정체성을 가진 정당으로 가는 게 옳다”며 “한나라당 의원 5, 6명이 민주당 신당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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