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확정된 개정안에서는 규개위 경제1분과위원회가 지난달 30일 자율 규제를 위해 마련한 단서조항마저 대부분 삭제됐다. 대신 정부의 직접 규제를 주장해온 공정거래위원회의 신문고시 개정안이 사실상 원안(原案)대로 통과됐다.
전용덕(全溶悳)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신문고시 개정으로 언론의 비판과 감시 기능이 크게 위축될 위기를 맞았다”며 우려했다.
▽자율규제에서 정부 규제로 개악(改惡)〓확정된 신문고시 개정안은 규개위 경제1분과위원회가 제시한 수정안에서 크게 후퇴해 공정위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담고 있다.
현행 신문고시 11조는 ‘공정경쟁규약을 시행하는 경우에는 사업자단체(신문협회)가 우선적으로 동(同) 규약을 적용해 사건을 처리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규개위 경제1분과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분과위 회의에서 신문고시 11조에서 ‘우선적으로’란 표현을 삭제해 자율규제 전에라도 정부가 간섭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다만 신문협회의 자율규제 원칙을 존중해 △첫번째 공정경쟁규약 위반 △일부 지역에 국한된 위반 등에 대해서는 신문협회가 스스로 규제하도록 단서조항을 포함시켰다. 또 공정위가 신문협회의 자율 규제가 효과적이라고 인정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자율규제를 허용했다.
2일 확정안은 단서조항 중 ‘첫번째 공정경쟁규약 위반’ 등 2가지를 제외해 최소한의 자율규제 장치도 상실될 것으로 우려된다.
확정안에서 남겨둔 단서조항은 공정위가 인정할 경우에는 신문협회가 자율적으로 공정경쟁규약을 다룰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자율규제의 조건으로 ‘공정위가 인정하여 사업자단체와 협의한 경우’로 규정해 사실상 공정위가 임의로 규제에 나설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언론의 비판 기능 위축 우려〓이번 신문고시 개정으로 공정위가 특정 신문을 겨냥해 공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지적이 많다.
시민단체인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경제제도연구센터 소장인 조동근(趙東根) 명지대 교수는 “정부가 방송을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신문마저 규제한다면 권력에 대한 사회의 비판과 견제 기능이 상실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또 “신문은 영리만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라 문화 언론산업이므로 공정위가 개입할 분야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가뜩이나 공정거래법은 ‘공정위가 인정하는 경우’, ‘공정위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등 자의적 법 적용을 가능하게 할 조항이 많아 비판을 받아왔다.
전용덕 교수는 “한국의 공정거래법이 약자들이 강자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신문고시도 규모가 작은 신문사나 방송이 메이저 신문사를 공격하는데 이용될 소지가 크다”며 “신문고시 개정은 정상적 경쟁마저 가로막아 신문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신문고시 개악은 정치적 목적을 강하게 띠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최근 신문업계에서 과당경쟁을 줄이기 위한 자율정화 노력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기 시작했고 주요 선진국에서 정부가 신문시장에 직접 개입해 간섭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더욱 의혹이 커진다.
또 규제개혁을 위해 정부 내에 설치된 규개위가 규제를 완화하기는커녕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규제강화위원회’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행 과정 투명해야〓정부는 신문고시 개정을 앞두고 전문가들의 우려를 무시하고 신문시장에 대한 직접 규제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정부는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 신문업계의 메이저 3사가 시장점유율이 75%에 이르는 시장지배적(독점적) 사업자라고 주장했다.
또 시장점유율이 낮은 일부 신문사들이 원하는 신문공동배달제에 문화산업진흥기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반면 경품 관련 위반건수가 올 들어 크게 줄어드는 등 자율규제의 효과에 대해서는 외면으로 일관했다.
정부의 직접개입 가능성을 한층 높여 놓은 신문고시 개정안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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