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문제 해법 안개속]北 '핵포기-체제보장' 빅딜 저울질

  • 입력 2003년 5월 4일 18시 55분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해법이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진 가운데 미국과 북한이 좀처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북핵 문제 접근방식에 대한 윤곽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는 북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북한에 대한 사전보상은 절대 불가(不可)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도 여기에 맞서 미국의 체제안전 보장을 요구하면서, 핵문제가 유엔으로 옮겨질 경우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고강도의 맞대응 전략을 내놓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베이징(北京) 3자회담 이전과 별로 차이가 없는 구도다.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14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 이후엔 뭔가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지만, 북-미 양측의 경직된 태도로 미뤄볼 때 성급히 결론을 기대하긴 어려울 듯하다.

정부는 일단 양측이 대화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이 생각하는 ‘단초’는 북한에 대한 간접적인 방식의 체제 안전보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북핵 문제의 핵심은 ‘북한의 핵 포기와 안전보장 문제’라고 정리했다. 결국 북한 체제를 어떻게 보장해 주느냐에 따라 북한을 대화의 장에 묶어둘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2일 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안보우려도 해소돼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된다. 어차피 미국이 북한의 핵포기에 대한 보상불가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접점을 찾기가 가장 쉬운 부분은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 문제라는 얘기다.

물론 북한이 주장하는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은 미국 내부사정상 거의 불가능하지만 미국의 체제 보장 의사 표시와 이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지지로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2차 3자회담의 성사 여부가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이 2차 3자회담에 나설 경우 북-미 양측은 뭔가 각각의 내부 조정을 거친 입장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1차 회담은 탐색전이지만, 2차 회담부터는 실질적인 조율작업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이 이른바 ‘대범한’ 제안을 고수하면서 2차 3자회담을 계속 거부할 경우 문제는 복잡해진다. 이미 북핵 문제를 유엔무대로 끌고 들어간 미국이 대북제재를 본격 거론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도 핵재처리를 본격화하고 장거리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여전하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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