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다음달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한나라당은 당권경쟁에 나선 서청원(徐淸源) 김덕룡(金德龍) 최병렬(崔秉烈) 강재섭(姜在涉) 의원 등 주요 후보들이 너도나도 ‘선명야당’의 기치를 내걸고 정권비판에 나서고 있어 다음달 17일(잠정) 전당대회 전까지는 청와대와의 대치상태가 계속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한나라당=국정원 인사에 이어 정연주(鄭淵珠) KBS사장 인선, 국정원의 대북송금사건 개입 의혹, 나라종금 로비사건 ‘축소수사’ 문제 등을 앞세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공세를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국정원 폐지 및 해외정보처 추진기획단’을 6일 출범시키고 국정원 폐지 관련 법안의 추진 방침을 공식화한 것도 당분간 압박의 고삐를 계속 조이겠다는 뜻이다.
이규택(李揆澤) 원내총무는 “노 대통령이 계속 야당을 무시하고 있는 게 문제다. 저쪽에서 먼저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이대로 밀고 나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강경자세는 구체화하고 있는 민주당 발(發) 신당논의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한나라당 안팎에선 신당 추진 배후에 ‘노심(盧心)’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청와대를 상대로 분명한 대립각을 세워야 한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이 4일 “신당론의 배후가 노 대통령이라는 게 TV토론에서 확인됐다. 대통령은 신당작업에서 손을 떼라”고 공격한 것도 ‘신당=노무현당’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신당 바람’을 사전에 차단하고 당 내부결속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한 당직자는 “노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安熙正)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도 축소수사 의혹이 제기될 경우 특검으로 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당분간 한나라당과의 냉각기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아래 상황을 관망하는 자세다. 국정원 개혁 문제는 물러설 수 없는 사안인 데다 국정원 인사 문제에 관한 한나라당의 시각은 과거의 ‘냉전적인 잣대’인 만큼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따라서 이 문제로 야당과 대화를 나눌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국정원 문제는 우리 쪽에서 더 이상 뭐라고 할 게 없다. 서 실장 건만 해도 청문회 대상도 아닌 데 한나라당이 너무 심하게 나왔기 때문에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다”면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뭔가 접합점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마치고 난 뒤 방미활동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야당과의 대화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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