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안도(權顔都)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날 기자브리핑을 통해 “자주국방의 목표는 북한이나 잠재적인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전력 증강 등 분야별 요구와 달성 시기, 소요 예산 등을 대통령께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날 보고에는 앞으로 주한미군의 변화에 따른 대체 전력의 확보 방안도 포함됐다”면서 “자주국방 비전은 국방기본정책서와 국방중기계획에 반영해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주한미군이 없는 상황까지 상정하지는 않았다”고 밝혀 자주국방 개념에도 주한미군의 역할을 포함시켰음을 시사했다. 권 본부장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보고는 최근 노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강조하며 국방부에 대책 마련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노 대통령은 1일 TV 토론에서 “미군이 없으면 나라를 지킬 수 없다는 인식이 문제…”라면서 자주국방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예고 없이 자주국방을 강조한 것은 안보와 외교 측면에서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것이 군 안팎의 중론이다. 이런 발언은 앞으로 주한미군 재배치 및 감축을 둘러싼 대미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한국 정부의 자주국방 계획을 지렛대로 삼아 미 2사단의 한강이남 재배치 등 고강도의 주한미군 재편을 관철하려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주변국에 대해 한국군의 전력 증강을 ‘공개 표명’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을 일으킬 소지도 있다는 것. 이와 관련, 다수의 군사전문가들은 일본의 전력 증강 사례를 적극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본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패망 이후 세계 2위의 군사 대국으로 군비를 증강하는 과정에서 주변국의 우려와 비난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방어용’이라고 답변해 왔다.
한 군사전문가는 “일본이 올 3월 발사한 2기의 첩보위성이 논란을 빚자 ‘수집정보는 민간용으로만 활용하겠다’고 답변한 일본 정부의 대처방안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군의 군사적 능력에 대한 과신도 금물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전면전이 발발하면 양측에서 최대 100만명의 인명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군의 질적 우위를 내세우며 독자 방위력을 강조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주한미군을 포함한 한미 연합군의 압도적인 전력 우위를 통해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게 국방전략의 기본”이라며 “한국군의 전력이 북한과 대등하거나 다소 우월하다는 이유로 주한미군의 재배치나 감축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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