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誌 "김정일 막무가내" 北核 커버스토리로 보도

  • 입력 2003년 5월 6일 18시 47분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5월3일자) 표지(사진)에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얼굴이 등장했다. 그의 이마에는 이런 제목이 낙인처럼 찍혀 있다.

‘막무가내(Hell-bent).’

이 잡지는 김 위원장의 핵무기 개발 ‘야욕’을 다룬 커버스토리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미스터 김의 상습적인 약속파기다. (새로운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가 이번 약속은 지킬 것이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느냐”며 이렇게 주장했다.

“미스터 김의 ‘핵 버릇(Nuclear Habits)’은 강경책으로 분쇄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유엔 결의로 북한을 오가는 모든 의심스러운 화물을 수색하는 것이다.”

사실상 북한 봉쇄를 의미하는 이 잡지의 주장은 유럽에서는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지한파 지식인인 프랑수아 고드망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 아시아센터 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미국이 대량살상무기 보유가 불확실한 이라크보다는 보유가 확실한 북한을 쳤어야 한다는 게 유럽의 일반적 기류”라고 설명했다.

한때 북한과 유럽의 관계도 ‘좋은 시절’이 있었다.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출범 직후 대북 강경 노선을 내세우자 북한과 유럽은 급속하게 가까워졌다. 유럽연합(EU) 15개국 가운데 두 나라를 제외한 13개국이 북한과 수교했다. 2001년 5월에는 대규모 EU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EU가 수교 조건으로 내세운 인권 개선을 무시하고 핵 문제까지 일으키자 북한을 보는 유럽의 눈은 싸늘하게 식었다. EU가 지난달 한국 정부의 비협조에도 불구하고 북한 인권 규탄 결의안을 유엔 인권위에 제출, 관철시킨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지난달 30일에는 주 영국 북한대사관 개관식에 초청된 빌 러멜 영국 외무부 국무상이 “북한은 이제 말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하다”고 경고한 뒤 불참하기도 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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