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러첸 인터뷰]"미국서 금전적 지원 北정권 붕괴가 목표"

  • 입력 2003년 5월 6일 18시 47분


지난해 3월25일 서울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탈북자 검거와 강제송환에 대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는 폴러첸. -동아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3월25일 서울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탈북자 검거와 강제송환에 대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는 폴러첸. -동아일보 자료사진
탈북자 지원활동을 해온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45)은 6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북한 경원하 박사 일행의 망명에 미국이 개입했다고 주장하면서 궁극적으로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1999년 7월 독일 응급의사단인 카프 아나무어의 일원으로 북한에서 의료지원 활동을 시작했던 그는 2000년 9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 일행과 동행한 미국 기자에게 북한에 불리한 시설을 보여줬다는 이유로 같은 해 12월 추방당한 바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경 박사 일행이 망명했다는 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호주 언론(디 오스트레일리안)이 보도한 내용은 사실이다. 기사가 나가기 훨씬 전인 지난 여름부터 나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함께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관계자 중 한 명이 관련 내용을 친분이 있던 한 호주 기자에게 알려주면서 정보가 새나갔다. 나 역시 언론에 거리낌 없이 말하는 편이어서 허드슨 연구소의 마이클 호로위츠 국장으로부터 언론과의 접촉을 삼가고 보도된 내용 이외에는 일절 언급하지 말라는 내용의 e메일을 최근 받았다. 이 일에 개입해온 워싱턴의 허드슨 연구소 및 미 정보기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언론에 관련 내용을 확인해 주지 말라는 ‘지침’이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망명을 원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정보는 공개돼야 한다.”

―미국 정부가 개입했는가.

“미국은 이번 망명에 개입했으며 금전적 지원도 했다.”

―망명한 것으로 알려진 경 박사를 비롯, 고위 인사 20명의 현재 거처는….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 다만 일부 망명 인사들이 미국 워싱턴에 있는 것으로 안다.”

―또 다른 망명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는가.

“그렇다. 북한 정권 붕괴가 궁극적 목표다. 앞으로도 망명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될 것이다. 현재 북한 고위층 내 불만이 커지고 있으며 서방세계로의 망명을 희망하는 인사들도 상당수다. 15일 워싱턴에서 회의가 있을 것이며 나도 참석한다.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e메일과 전화로 서로 연락하는 게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판단됐기 때문에 직접 만나서 얘기할 예정이다.”

―북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가.

“2000년 12월 북한에서 추방된 이후 현재 북한 상황에 대해 소상히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제기구 관계자 및 지인들과 지속적으로 연락해 왔으며 이들로부터 정보를 얻고 있다.”

―중국과 한국 정부도 망명 프로젝트에 개입하고 있는가.

“지난해 말 나우루 대사관이 중국 베이징에 개설됐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망명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필요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평양에도 나우루 대사관을 개설하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알고 있었으리라 본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북한 고위급 인사 망명 프로젝트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북한과 관련된 일본어 책을 출간, 이곳에서 관련 행사 및 인터뷰를 오늘 갖는다. 또 북한에 납치됐던 일본인 가족과 정계 언론계 인사들과도 만날 예정이다.”

▼폴러첸은…▼

플러첸씨는 지난 1979년 인도적 의료 지원을 위해 설립된 비정부기구(NGO)인 카프 아나무르에서 의료 시설 복구를 위해 북한에 파견한 독일인 의사. 그는 1999년 환자에게 자신의 허벅지 살을 이식하는 등 헌신적인 활동을 펴 북한 당국으로부터 친선 메달까지 받은바 있다.

그러나 작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 방북 당시 서방기자들을 허가 없이 안내하고 `반북 발언'을 전달했다는 이유로 그해 12월30일 북한에서 추방됐으며 독일 잡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청진과 함흥 등 북한 북부 지역에서 주민 소요가 일어났으나 무자비하게 진압됐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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