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운영 스타일 ▼
▽임혁백 교수=노 대통령은 ‘탈(脫) 3김 시대’의 실험을 하고 있다. 3김 시대 정치는 제왕적이고 수직적인 통치스타일이었다. 노 대통령은 수평적으로 협력정치를 추구하며 그 도구로 토론을 활용하고 있다. 그게 평검사와의 대화, 국민과의 대화 등 새로운 실험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과거 3김 시대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임성호 교수=노 대통령은 과정보다 결과에 집착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국정원장 인사청문회를 한 이유는 국회를 존중하겠다는 의도였는데, (국회가 부적절 의견을 낸 고영구씨의 국정원장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국회와의 원만한 관계를 희생한 것이 그 예다. 언론이나 정당 개혁을 말하면서도 결과를 마음 속에 특정해 놓고 ‘내가 이런 마음을 갖고 있으니까 내말 듣고 따라줬으면 좋겠다’는 식의 화법을 동원하고 있다.
▽이정민 교수=노무현 정부는 영국 토니 블레어 총리와 아르헨티나 후안 페론 전 대통령의 정치가 혼합된, 충격적 개혁을 내걸고 국민에게 호소하는 포퓰리즘적 색채가 강하다. 두 축을 조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한데 그게 잘 보이지 않는다. 비전을 참신한 정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시스템적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임혁백=새 정부 조직체계는 대통령이 핵심 프로젝트는 직접 챙기고, 일상적 국가업무는 각료들에게 위임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청와대 조직을 개편하면서 수석을 전부 통폐합해 정책실로 일원화한 것이다. 또 참여정부가 대의민주주의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고 보다 완전한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포퓰리즘으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직접 대화 방식 ▼
▽이정민=(검사와의 대화 등) 대통령이 대화를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한다면 그에 따른 부담이 과중하다. 대통령이 너무 직접 최전선에 나가 토론하면 완충지대가 없어진다. 또 눈에 보이지 않는 ‘침묵하는 다수’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임혁백=새 정부는 참여정부다. 모든 국민이 손을 내밀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접근이 가능한 정부, 대통령이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서도 신선한 면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검사와의 대화는 새 정치문화의 이정표를 보여줬다는 의미가 있다.
▽임성호=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 참모와의 대화를 강조하는데 정작 ‘제도화된 대화’는 간과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특히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과의 대화가 중요하다. 또 대통령이 단언적으로 말하기 보다는 융통성 있게 말해 입장의 진폭을 넓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입장이 경직될 수밖에 없다. 토론문화의 확산도 좋으나 자기 의견을 따르라는 식이 아니라 상대방 의견을 듣고 입장을 바꿀 수도 있는 ‘토의 민주주의’를 지향해야 한다.
▼국정원 개혁과 국회와의 관계 ▼
▽임혁백=국정원 개혁은 대통령의 약속이고 국정원장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한 인사권에 속하는 것이다. 국정원장 청문회 제도가 도입됐지만 국무총리 청문회와는 다르다. 국회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지 인준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임성호=인사청문회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게 진정한 개혁의 모습이다. 청문회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새 제도를 도입한 만큼 좀 더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국정원 개혁이라는 결과에 대한 기대 때문에 과정상의 개혁을 소홀히 한다면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인사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란 의미는 최종결정권을 갖는다는 것이지, 최종결정에 앞서 여러 의견을 듣고 그 의견을 반영시키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이정민=모든 게 개혁의 기치 아래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누구를 위한 개혁이고 누가 비용을 지불하느냐가 중요하다. 여야 의원들이 특정 지명자에 대해서는 부적합하다고 했다. 그 내용을 한 번 더 새겨봤어야 했다.
▼이라크 파병 문제 ▼
▽임혁백=노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파병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말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책임자로서 국가이익이 무엇이냐를 놓고 판단한 것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라크 파병 결정도 반미에서 친미로 바뀐 것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큰 기조에서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정민=이라크에 비전투병을 보낸 것은 대미관계를 놓고 볼 때 상당히 중요한 결정이다. 앞으로 대미관계는 어떤 단계로 발전적으로 끌고 나갈 것이냐가 중요하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새 정부에 반미 색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주한미군문제 등은 차분하게 청사진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임성호=일부에선 파병안 같은 전략적 문제를 국익을 우선해 신속히 결정했어야 한다거나 고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는 의견을 말한다. 하지만 파병 문제처럼 사회를 양분시키는 사안을 놓고 대통령이 신속한 결정을 못했다고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북-미 관계 ▼
▽임혁백=북한 정권의 붕괴를 대외정책 기조로 삼아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통일이 아니라 평화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인의 자유와 번영을 위해서도 북한 정권의 교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미국측에 솔직히 얘기하는 게 좋을 것이다. (유엔 인권의 북한 인권표결안 불참과 관련)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저변에 북한의 정권 교체를 목표로 깔고 있으면 북핵 문제를 대화로 해결할 수 없다. 자기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할 수 있겠나.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게 이상적이긴 하지만 당면 문제는 한반도 평화이고 북핵 해결이다. 노 대통령이 반미주의자라는 것은 오해다. 미국에 대해 대등한 관계를 요구하는 게 반미로 비쳐진 것 아닌가. 노 대통령의 대외정책은 일관성이 있다고 본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되며,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북-미-중 3자회담 참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북-미 대화가 어렵게 성사됐는데 우리가 끼어들어 망가뜨리면 평화에 어긋난다는 판단에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추진을 서두르지 않는 것도 북-미 대화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이정민=대선에서 노 대통령측은 “야당 후보가 당선되면 전쟁 가능성이 높고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전쟁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한미연합사령부에 가서는 미군이 필요하다고 해놓고 우리 군에는 주한 미군의 철수에 대비하라고 했다. 이런 태도는 노 대통령이 실용적 노선을 취하면서도 미국에 대한 오해를 갖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올해는 한미동맹 50주년의 해다. 양국 국무 및 국방장관의 2+2 회동을 정례화해야 한다. 개인적 발언을 중단하고 제도적으로 양국관계를 풀어가야 한다. 유엔 인권위의 대북 인권표결에 한국이 불참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 한국 정부가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기한다고 해서 북한 정권의 교체를 위한 흑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임성호=북한의 정권 교체보다는 체제 변화가 필요하다. 노 대통령은 대외정책과 관련한 국민의 궁금증을 명확하게 풀어줘야 한다. TV 토론을 보니까 대외정책 현안에 대한 질문에 “가정을 전제로 말해야 하기 때문에 답하기 어렵다”고 대답했는데, 대외정책이라는 것은 본래가 전부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다.
▼발언 스타일 ▼
▽이정민=대통령이 어떤 현안을 말할 때는 기록에 남고 국민 뇌리에 박히고 대외신인도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굉장히 신중히 말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깨놓고 얘기하는 것도 좋지만 그에 따른 손실이 너무 크다.
▽임성호=노 대통령의 발언에는 흑백논리식의 뉘앙스가 간혹 배어 있다. 예를 들어 수구, 보수라는 표현을 자주 쓰고 있다. 낡은 정치 청산은 슬로건으로는 좋지만 ‘내가 하는 것은 모두 좋은 일, 과거는 나쁜 것’ 식으로 피아를 구분하는 것은 곤란하다. 사회갈등보다 통합을 지향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임혁백=대통령이 말하는 스타일 자체 때문에 어떤 이들은 상당한 불안감을 갖게 된다는 말도 하지만 소위 감성적인 세대에서 보면 파격적이고 솔직한 화법이 더 어필하는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격화된 연설, 국정연설은 포맷이 있는데 그곳에서 일탈하는 듯한 모습 때문에 보수층이 불만을 갖는 것 같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엄청난 무게를 지닌다. 공식적인 장소에서 말할 때는 파장을 고려해 신중하게 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대통령이 말을 아끼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다. 신중하고 사려 깊게 해야 하지만 항상 국민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듣는 게 바람직하다.
정리=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임성호 교수 ▼
△1959년생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미국 MIT 정치학박사
△경희대 정외과 교수
▼임혁백 교수 ▼
△1952년생
△서울대 정치학과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박사
△고려대 정외과 교수
▼이정민 교수 ▼
△1960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미국 터프츠대 정치학박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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