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은 북핵대책에 골몰하는데

  • 입력 2003년 5월 8일 18시 08분


미국의 주요 언론이 다양한 북한 핵문제 해법을 잇달아 보도하고 있다. 미국은 핵협상을 계속하되 북한의 마약 위조지폐 미사일 수출을 저지하는 압박전략을 병행하는 이원적(투 트랙) 접근법을 검토하고 있다는 워싱턴 포스트지 보도, 북한의 핵 보유 저지보다 핵 수출 차단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뉴욕 타임스지 보도 등이 대표적이다.

아직 확정된 정책이 아닌 데다가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미 정부가 부인했기 때문에 보도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미 정부가 북핵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으며 다양한 대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 보도를 통해 최근 북한의 폐연료봉 재처리 시설에서 의심스러운 징후가 포착됐다는 중요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예상외로 조용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움직임으로 보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가 미국만큼 고민하고 있다고 믿기 어렵다. 북핵 문제가 점점 악화되고 있는데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정부의 태도는 국민을 불안하게 할 뿐이다. 정부가 ‘3자회담에 참석하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방침을 정한 데 이어 북핵 해결을 위한 노력까지 포기한 것인가.

정부는 지난 반 년 동안 평화적 해결을 강조한 결과 북핵 문제가 이 지경으로 악화됐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평화적 해결 원칙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구체적 해결 방안을 마련할 때가 됐다. 3자회담이라는 형식은 양보했더라도 ‘어떻게 핵문제를 해결하느냐’는 내용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

미일 정상은 23일 열릴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개발계획 전면 포기’를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로 이미 합의했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에 앞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만난다. 한미 정상의 공동성명이 미일 정상의 공동성명에 못 미치는 내용을 담을 수는 없지 않는가. 한미 정상이 북핵 해법에 대해 원만한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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