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파업 만능' 정부가 자초했다

  • 입력 2003년 5월 8일 18시 08분


참여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각종 파업이 이어져 걱정스럽다. 벌써부터 올해 춘투는 어느 해보다 격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직 여진이 남아 있는 화물연대 파업뿐 아니라 다른 노조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6일 첫 산별 교섭을 시작한 금속노조는 협상 결렬시 다음달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데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협상도 난항이다.

올해 노사교섭 전망이 어두운 이유는 노조들이 주5일 근무제(근무시간 단축), 비정규직 차별 철폐, 근골격계 질환 직업병 대책, 노조의 경영 참여 등 전에 없던 요구 조건들을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요구에 대해 기업들은 곤혹스러워하는 반면 노조의 투쟁성은 가열되는 분위기이다.

노사관계가 불안해진 데는 정부 책임이 가장 크다. 노조의 새로운 요구 조건 대부분이 정부가 먼저 띄운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5일 근무제와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함으로써 임단협을 앞둔 노조의 기대 수준을 한껏 높여 놓았다. 두산중공업과 철도 분규 때는 정부가 개입해 근로자 편을 들어주는 바람에 밀어붙이면 요구를 관철할 수 있다는 믿음을 노조에 심어 주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올해 노사분규 발생 건수는 작년보다 30%가량 늘었다.

민주노총은 다음달 중순부터 산별 연맹별로 임단협 시기에 맞춘 집중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노사관계의 앞날은 험난해 보인다. 이런 판국에 노동부와 검찰은 3일 토론회에서 노동사범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확대하고 업무방해죄 적용에 신중을 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러니 법을 무서워할 리가 없다.

지금처럼 정부가 노조 일변도의 정책을 고수한다면 정부가 내세운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은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사문제는 쌍방이 조금씩 양보하는 ‘상생의 게임’이 될 때 전향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노(勞)와 정(政)이 공조해 경영계를 압박한다는 인상을 줘서는 노동정책이 성공을 거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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