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잡초정치인에 대한 기준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사리사욕과 집단이기주의, 반(反)개혁, 지역주의, 정략적 안보 이용 등을 들었지만 시각을 달리하면 오만과 편견, 아집과 독선, 무능과 무정견, 그리고 무모함과 부정직 등을 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선출을 하든 제거를 하든 정치인에 대한 최종적인 선택은 국민과 시대의 몫이다.
둘째, 대통령이 정국 현안에 대해 원칙을 논하고 나름의 기준을 제시할 수는 있지 않느냐고 되물을지 모르지만 정치인들의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린 잡초제거론은 그게 그렇지 않다. 대통령도 당적을 갖고 있는 현실에선 정치적 오해를 피할 길이 없다. 더욱이 여권 내 신당논의가 뜨거운 지금은 신당에 대한 노 대통령의 속내가 반영됐을 것이라는 뒷말까지 무성하다.
셋째, 정치개혁은 미루면서 정치적 인적 청산을 얘기하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는다. 잡초가 자라고 번식할 수 없는 정치토양 개선이 당연히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일시적으로 잡초를 제거해 봤자 조만간 또다시 정치판엔 잡초가 우거질 수밖에 없다.
넷째, 잡초제거론은 내년 총선을 의식한 대증요법적인 ‘노무현식 대중동원론’이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2000년 총선에서 문제가 됐던 시민단체의 특정 정치인 낙선운동을 거론하면서 벌써부터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노 대통령은 어버이인 국민을 상대로 ‘잡초를 뽑아내자’고 하기보다는 ‘곡식을 잘 가려내자’고 말하는 게 바람직했다. 잡초보다는 곡식의 선별 기준을 제시하는 게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리더십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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