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지난해 감사 때 대북 송금에 사용된 수표 26장(2235억원)의 배서자 6명 중 1명이 외환은행 직원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으나 ‘신원불상자’라며 은폐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종남(李種南) 감사원장은 감사 결과가 발표된 뒤 2월 초 감사원을 항의 방문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게도 배서자가 모두 신원불상자라고 밝혀 고의로 허위보고를 했는지가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원은 배서자 6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국민연금관리공단과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전산망을 통해 조회해 이중 1명이 외환은행 직원인 사실을 알아냈으나 1월30일 “배서자 6명이 국민연금관리공단과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명부에 등재되지 않은 인물들”이라고 밝혀 배서자 6명 모두가 가공인물인 것처럼 발표했다.
특히 배서한 외환은행 직원에게 문제의 수표에 배서하게 된 경위만 물어봤어도 나머지 배서자들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를 고의로 회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특감 당시 외환은행에 대한 조사는 계좌추적과 관련된 사항인데 감사원은 계좌추적권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감사원의 감사대상 기관인 데다 배서자 신원확인은 계좌추적과는 무관한 사항이다.
감사원은 또 감사기간을 연장해가며 석달반 동안 감사를 진행하면서 전 국민의 자료가 들어있는 경찰청 신원조회망을 활용하기 위한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배서자에 외환은행 직원이 포함된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기회를 놓쳐 발표하지 못했다”며 “수표 26장 중 10억원짜리 1장만 외환은행 직원이 배서했기 때문에 송금자에게서 수표를 받은 은행 직원이 대신해서 배서한 것으로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감사 과정에서 외환은행 직원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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