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9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잡초론'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노 대통령에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이에 청와대와 민주당 신주류 측은 즉각 "제 발 저린 것 아니냐"고 반격에 나서는 등 여진(餘震)이 이어졌다.
노 대통령이 "잡초 정치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배경엔 신당 창당과 내년 총선을 겨냥한 다목적 포석이 깔려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문희상(文喜相) 대통령 비서실장은 파문이 확산되자 "노 대통령이 '잡초'란 표현만 하지 않았을 뿐 대선후보 때부터 계속해온 얘기이고, 특정인을 지목하지도 않았다"고 진화에 나섰으나, 한나라당은 여러 가지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발언이 현재의 정치구도를 '낡은 정치세력 대 신진개혁세력'으로 재편하겠다는 여권의 신당논의와 맥이 닿아 있을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시민단체를 동원한 '낙선운동'도 펼칠 수 있음을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대통령이 자신과 '코드'가 맞지 않는 정치인들을 잡초라고 매도하면서 이를 제거하자고 국민들을 선동한 배경엔 분명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불순한 정치적 저의와 복선이 깔려 있다"며 "대의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대단히 위험하고 무서운 '포퓰리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은 또 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초당적 지지가 절실한 마당에 자칫 '편가르기'로 이어질 수 있는 언행을 한 데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총무는 "방미 전 여야가 정쟁을 중단하자고 했지만, 노 대통령이 부적절한 발언으로 정치권에 벌집을 쑤셔놓고 떠나는 것은 유감"이라고 했고, 이상배(李相培) 정책위의장도 "대통령은 편가르기, 정당 만들기를 그만 두고 산적한 국정현안 처리에 전념하라"고 가세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민주당 신주류 측은 반격의 날을 세웠다.
신주류측 신기남(辛基南) 의원은 이날 부산정치개혁추진위원회 발족식에서 "노 대통령이 조목조목 잘 지적한 네 부류의 정치인은 '잡초'가 분명하지 않으냐. 잡초는 당연히 뽑아야 한다"며 "한나라당과 자민련, 민주당내 일각(구주류측)에서 '잡초론'에 발끈하며 화를 내는 사람들은 제 발 저린 것 아닌가"라고 역공을 폈다. 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도 "한나라당이 당권 경쟁 등 내부 갈등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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