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최천규/불안한 개혁

  • 입력 2003년 5월 12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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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천규
참여정부 출범으로 사회 각 분야에서 개혁의 박동 소리가 거칠어지고 있다. 혹자는 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도 하고 혹자는 그 불안정성과 급진성에 불안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필자는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역사가 대중의 힘이 아닌 극소수의 선각자나 개혁세력에 의해 진보되어 왔음을 익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참여정부의 개혁에 다수의 대중이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은 왜일까.

최근 참여정부 주도세력의 가치관을 보면서 이러한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는 것으로 보인다. 파격적인 행보 그 자체를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 어떤 시대든 그러한 파격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파격이 때때로 신선한 충격을 주고, 나아가 새 시대를 여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개혁 주도세력이 자신들만의 개혁 마인드를 마치 전체 국민이 바라는 개혁 마인드로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할 따름이다.

어느 시대든 개혁을 주도하는 세력은 소수 정예였다. 그러나 개혁은 전체 국민이 바라는 개혁의 가치를 충족시킬 때만 성공할 수 있었다. 개혁을 위한 개혁, 개혁주도 세력만이 공감하는 개혁은 조직이나 국가 내부의 분열과 혼란을 초래하고, 나아가 국가의 미래를 어둡게 할 뿐이다.

힘없고 말없는 다수의 국민이 바라는 개혁의 가치는 보편타당한 논리에 따른 개혁일 것이다. 예를 들어 부도덕한 기업인에게서 돈을 받은 사람은, 그 사람이 기성 정치인이든 신진세력이든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일반 국민의 가치관 아닐까. 누구는 동업자이기 때문에 괜찮고 누구는 과거 나에게 잘못했기 때문에 벌을 받아야 한다며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면, 그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개혁을 주도하는 세력은 이미 전체 국민의 이름으로 개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40대가 된 386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참여정부와 개혁을 주도하는 세력에 다시 한번 조언하고 싶다. 참다운 개혁은 일부 개혁주도 세력의 가치를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개혁 프로그램의 수혜자인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킬 때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최천규 경영컨설턴트·서울 양천구 신정5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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