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訪美]"나에 대한 美의 의구심 완전히 없애겠다"

  • 입력 2003년 5월 12일 18시 48분


방미길에 오른 노무현 대통령이 12일(한국시간) 첫 방문지 숙소인 뉴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동행한 재계 대표들과 만찬 모임을 갖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욕=김경제기자
방미길에 오른 노무현 대통령이 12일(한국시간) 첫 방문지 숙소인 뉴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동행한 재계 대표들과 만찬 모임을 갖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욕=김경제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미국 방문 이틀째인 12일 오후(한국시간) 뉴욕 증권거래소 방문에 이어 13일 새벽 미국 금융계 주요 인사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바이 코리아(Buy Korea)’에 주력했다.

노 대통령은 리처드 그라소 뉴욕 증권거래소 이사장과 만나 “한국 금융시장이 SK사태로부터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재무제표 인증제 도입과 집단소송제 조기 도입 등 금융과 기업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구조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 증권거래소는 노 대통령이 오프닝 벨을 울림으로써 개장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9·11테러 참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에 들러 헌화했다.

13일 새벽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회장, 루이스 거스너 칼라일그룹 회장, 존 루더퍼트 무디스 사장, 프랭크 위스너 AIG 부회장 등 금융계 주요 인사 11명과의 간담회에서는 “한국의 토지 및 환경분야 규제를 개선해 17조원 이상의 투자유발효과를 이끌어내려 하고 있다”면서 적극적인 대한(對韓) 투자를 요청했다.

이에 앞서 12일 새벽 뉴욕에 도착한 노 대통령은 숙소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열린 교민간담회 발언 등을 통해 ‘미국측과의 코드 맞추기’에 주력했다.

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많은 미국인이 나에 대해 궁금해하고 어떤 분은 약간 의심하고 있다. 이는 내가 한국에서 주류(主流) 사회의 일원이 아니었고, 대통령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됐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며 “이번에 미국 조야(朝野)의 그 같은 의구심을 완전히 없애겠다”고 강조했다.

또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 원칙이 있고 솔직하고 신의와 약속을 소중히 여기는 서부영화에서 봐온 미국식 남자의 전형적인 타입이 아닌가 한다”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미국 경호팀에서 경호를 맡다 보니 (여러분과 나를) 멀리 떼어놨다”며 단상에서 내려와 일일이 악수를 나눴고, 사전 원고 없이 24분 동안 행한 연설 도중에는 여섯 차례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교민 대표가 재외동포법 개정을 건의하자 이중국적 문제로 비판을 받은 진대제(陳大濟) 정보통신부 장관의 예를 들면서 “해외에서 당당한 시민 역할을 하기 위해 해외국적을 취득한 것을 결격사유로 인정한다면 스스로 인재발탁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고 말할 때 가장 큰 박수가 나왔다.

노 대통령은 이어 손길승(孫吉丞) 전경련 회장, 박용성(朴容晟)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 5단체장과 이건희(李健熙) 삼성전자 회장, 구본무(具本茂) LG회장, 정몽구(鄭夢九) 현대자동차 회장 등 경제계 인사 28명과 만찬을 갖고 재계에 대해 ‘균형적’ 시각을 갖고 있음을 강조했다.

한편 생애 첫 미국 방문길에 오른 노 대통령은 특별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슴이 설렌다. 일하러 가는 것 같기도 하고, 첫 길 가니까…”라고 소감을 밝혔다.

뉴욕=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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