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백선기/방송위원회 새로 구성하라

  • 입력 2003년 5월 15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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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기 방송위원회가 우여곡절 속에 구성됐으나 위원장과 부위원장 선출을 놓고 위원들 사이의 갈등은 물론이고 노조와의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위원들간의 갈등은 부위원장 자리를 놓고 한나라당의 추천을 받은 위원들과 다른 위원들 사이에 입장이 다른 데서 비롯된 것이다. 방송위원회 노조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모두가 적절하지 않은 인사라며 다른 인사를 추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3년 임기의 방송위는 우리 방송계 전반에 대한 정책결정기구로서 그 위상과 권위가 절대적이며 그에 따른 영향력도 심대하다. 시작부터 매끄럽지 않아 앞으로 전개될 행로가 걱정이다.

▼방송개혁과 거리 먼 선임 ▼

2기 방송위원회는 4월25일 여야 합의로 개정된 방송법에 따라 구성됐다. 개정 방송법은 방송위원회를 9명의 방송위원으로 구성하고 6명은 국회 문광위 추천, 나머지 3명은 대통령이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 추천 6명은 한나라당이 3명, 민주당이 2명, 자민련이 1명을 추천하도록 되어 있다. 제1기 방송위 때와 달라진 것은 국회 추천에서 한나라당 몫이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대통령과 정당이 방송위원을 추천하는 방식은 방송위에 정부와 국회가 참여해 방송정책 결정에 균형과 견제를 이루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정치권력간에 나눠먹기식 배분이 되어버리기 쉽다. 제1기 방송위 구성 때에도 이 같은 논란은 있었다. 이번에 한나라당 추천 방송위원들이 부위원장 자리를 한나라당이 추천한 위원의 몫으로 할당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그런 예라고 할 수 있다.

정치권력에서 벗어나 독립된 기구로서 방송정책과 관련 사항을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시행해야 하는 방송위원회가 오히려 정치권력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기구가 되어버린 것은 커다란 아이러니다.

다음으로는 선임된 위원들의 전문성 문제다. 방송위 노조는 위원장과 부위원장의 전문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으며, 제1기 방송위 위원장은 공중파 방송 경력을 지닌 대다수 위원들의 자격 요건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제2기 방송위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대한 대책수립’과 ‘방송 3사의 독과점 구조개선’에 관한 것인데, 이 같은 인적 구성으로 과연 이런 과제들에 대해 개혁적인 대책을 강구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특히 현재의 방송 3사가 광고 및 기타 사안에 대한 영향력 면에서 전체의 80∼90%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 3사에서 근무했던 전력이 있는 위원들이 적절한 개선안을 제시할 수 있겠는지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급박하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꿰뚫어 보고 적절한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뉴미디어 전문가, 지역 방송사의 여건에 대한 전문 지식이 풍부한 인사들이 방송위원 안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언론학자들은 방송위원의 자격 요건으로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도덕성 등을 지목하고 있으며 방송사 실무경력은 그다지 중요한 요소로 꼽지 않는다. 대신 방송에 대한 근본 철학과 비전이 더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월간 ‘신문과 방송’ 2003년 5월호). 더군다나 이번 제2기 방송위의 최우선 과제가 ‘일부 방송사의 지배력을 축소’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전문성 중립성 자격에 문제점 ▼

제2기 방송위는 방송계에 산적한 주요 과제를 해결해야 할 임무를 지니고 있음에도 가장 중요한 구성요건인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내홍만 깊어가는 상황으로 빠져 들고 있다.

따라서 자격 요건에 맞지 않은 인사를 과감하게 교체하고, 정치권력 차원의 나눠먹기식 인선이 아닌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한 방송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위원들로 바꿔야 한다. 문제가 있음에도 구차한 명분으로 시일만 끌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정상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방송위원이 될 만한 충분한 자격을 지닌 인사들로 방송위가 구성되어 시급한 방송 현안을 시의적절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백선기 객원논설위원·성균관대 교수 Baek99@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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