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결과 금품 로비는 김호준(金浩準) 전 보성그룹 회장과 안상태(安相泰) 전 나라종금 사장의 주도로 나라종금의 영업이 재개된 98년 5월부터 2차 영업정지 당시인 2000년 1월을 전후해 집중된 것으로 밝혀졌다.
수사팀은 김대중(金大中) 정부 당시 권력 핵심층에 있었던 한광옥(韓光玉) 민주당 최고위원을 구속한 뒤 한 최고위원이 대통령비서실장 시절 나라종금 회생을 위해 각종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측근인 염동연(廉東淵) 민주당 인사위원, 금융권의 ‘검찰’로 불린 금융감독위원회의 이용근(李容根)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이들이 받은 ‘검은돈’의 비밀도 거의 실체를 드러냈다.
앞으로 정학모(鄭學模) LG스포츠단 고문(15일 구속수감)에 대한 수사가 진척되면 나라종금 퇴출 저지 ‘로비의 몸통’이 더욱 명확하게 가려질 전망이다. 정씨는 전 정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녔던 김 의원의 대리인 역할을 하면서 안 전 사장 등에게서 거액을 받았기 때문이다.
30년 가깝게 김 의원과 친분을 쌓아온 정씨는 김 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듯 그와 관련된 돈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따라서 검찰이 이 같은 장벽을 뛰어넘어 ‘로비의 몸통’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끝내 정씨가 입을 열지 않을 경우 다른 방식으로 김 의원의 혐의를 입증할 ‘무기’를 수사팀이 이미 확보해 놓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정씨가 안 전 사장에게서 받았다고 인정한 5400만원은 나라종금 로비 자금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정씨가 추가로 거액을 받아 김 의원에게 전달했거나 김 의원과 함께 사용했다는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과 정씨가 돈을 받은 뒤 금융권 등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을 부인하더라도 다른 증거자료를 통해 우회 돌파한다는 게 수사팀의 계획이다. 따라서 정씨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의 소환 조사는 불가피하고 다만 그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
김 의원이 소환될 경우 검찰 수사는 종착지를 눈앞에 둘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소환되는 민주당 박주선(朴柱宣) 의원과 다음 주중 세 번째 소환될 안희정(安熙正)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의 로비 연루 의혹도 이 사건의 또 다른 축. 특히 검찰이 노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인 안 부소장과 관련된 새 의혹을 밝혀낸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도 관심의 대상이다.검찰은 김 의원과 함께 이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끝으로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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