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 노대통령에게 편지 화제

  • 입력 2003년 5월 17일 14시 30분


노무현 대통령과는 '불편한 관계'인 월간조선의 조남준 편집부국장이 귀국길에 오른 노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축하하면서 "기회가 닿으면 조선일보 편집국을 한번 방문해달라"는 편지를 써서 눈길을 끌고 있다.

조부국장은 16일 월간조선 '기자게시판'과 조갑제편집장 개인 홈페이지(http://www.chogabje.com)에 올린 '盧武鉉 대통령 각하!'라는 글에서 노대통령을 굳이 '각하'라고 호칭하면서 "혹자는 각하가 올린 성과를 낮춰 평가하기도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설사 마음속으로는 못마땅한 점이 있어도 국익을 위해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악수하고 포옹했다면, 그걸 비하해선 안된다"며 "더 바람직스럽기는 미국의 역할에 대해 진심으로 호감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이어 "이번 기회에 한가지 더 드릴 말씀이 있다"면서 "조선일보에 대한 악감을 버려달라"고 요구하고 "이는 조선일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각하를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동아닷컴>

▼조남준 부국장의 편지 전문▼

盧武鉉 대통령 각하,

「각하」라는 호칭이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이라고 해서 마음에 안드실 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우리나라에 한 분밖에 없는 대통령께 그런 정도의 존칭을 붙인다고 해서 수출이 잘 안된다거나, 株價가 떨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선 각하의 訪美 성과에 대해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或者(혹자)는 각하가 올린 성과를 낮춰 평가하기도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각하가 언론에 보도된 대로 미국의 역할에 대해 진심으로 공감하셨다면 그만한 성과는 없다고 봅니다. 최소한 의견의 불일치를 확인하는 기회였다고 해도 큰 성과였다고 믿습니다.

설사 마음 속으로는 못마땅한 점이 있었지만, 國益을 위해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악수하고 포옹했다고 하더라도 그걸 卑下(비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一國(일국)의 元首(원수)라면 당연히 국가를 위해 개인적인 好惡(호오)를 버려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 바람직스럽기는 미국의 역할에 대해 진심으로 好感(호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反感을 가지고 있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생각이 입밖으로 튀어나오기 쉽고, 말한마디 때문에 국가 이익을 크게 해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한가지 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朝鮮日報에 대한 惡感(악감)을 버려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버릴 수 없다면 공개적으로 反感을 드러내지는 마셨으면 하는 부탁입니다. 朝鮮日報를 위해서가 아니라 각하를 위해섭니다.

평소 反感을 가지고 계시면 지난번 문화방송 「100분 토론」때 『朝鮮日報가 無價紙(무가지)를 무더기로 뿌렸다』고 하신 것 같은 잘못된 말씀을 자기도 모르게 하실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기회가 닿으신다면 예고없이 불시에 朝鮮日報 편집국을 방문하셔서 『수고한다』는 말씀 한마디 하고 가셔도 괜찮을 것입니다. 다른 신문사의 눈치가 보이시면 신임하는 비서관을 보내 말씀을 대신 전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런 모습만으로도 안심하고 고개를 끄덕거릴 국민이 적지 않을 것으로 믿습니다.

공연한 말로 중요한 국가 행사에 심신이 지쳐있으실 각하께 심려를 끼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부디 歸路(귀로) 편안하십시요.

2003년 5월16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