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참여정부 기강 이 수준인가

  • 입력 2003년 5월 19일 18시 40분


출범한 지 3개월도 안된 노무현 정부의 공직기강이 위태로운 수준이다. 방미 중이던 노 대통령이 화물연대 운송 거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청와대에 전화를 걸었으나 당직근무자가 잠을 자는 바람에 받지 못했다니 놀랍기만 하다. 나라 밖에서는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이라는 국가적 대사를 앞두고 있었고, 나라 안에서는 사상 초유의 물류대란이 일어나고 있는 마당에 국가운영의 사령탑인 청와대 당직 시스템이 멈춰 서 있었다면 그보다 심각한 일도 없다.

대통령과 비서실간의 지시 보고 체제가 24시간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작동돼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한데 그 연결고리가 끊어졌다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만일 그 시각에 국가안위와 관련된 중대한 사안이 발생했더라면 어쩔 뻔했는가.

정권의 최상층부가 이러니 하부 기관인들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엊그제 광주에서 열린 5·18행사에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의 시위로 대통령 조화가 부서졌고 대통령이 뒷문으로 입장해 경호용 차량으로 이동하는 초유의 공권력 무력화 현상이 빚어진 것도 그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대통령 참석 행사가 경찰의 경비 소홀로 차질을 빚고 여야 의원들이 봉변한 것은 이 나라의 공직기강이 어느 수준인지를 잘 보여준다. 한총련 학생들의 과격한 행동도 문제지만 공공질서의 최후 보루인 경찰의 직무유기도 개탄할 일이다.

상황이 여기까지 온 데에는 집권측의 책임이 크다. 화물연대 운송 거부 사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파문에 이어 이번 한총련 집단행동에 이르기까지 단호해야 할 때 단호하지 못했던, 무원칙하고 무기력한 국정운영이 국가와 공권력의 권위를 훼손시키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 학생, 전교조 교사 등이 현 정권의 주요 지지기반이기 때문에 이들의 불법에 대해 온정적으로 대응한 것이 오늘날 국정 혼선의 원인이라면 이는 정부가 더 많은 국민의 안위를 포기하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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