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한나라의원 건평씨 관련 의혹 공세

  • 입력 2003년 5월 20일 18시 35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의 재산형성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의원은 20일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건평씨가 경남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리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별장주택’ 외에 676평의 토지와 건설회사 2개까지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추가 폭로했다.

▽성포리 땅 매입 의혹=김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건평씨가 거제시 성포리 4필지 676평의 토지를 매입한 경위에 의혹을 제기했다. 문제의 땅이 연륙교가 통과하는 지점에 인접해 있어 ‘상당한’ 개발이익이 예상되는 ‘노른자위’ 땅인 만큼 사전에 ‘개발정보’를 입수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현재 이 땅의 공시지가는 7000만원에 불과하지만 연륙교가 건설되면 상가부지 등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어 개발이익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륙교 기본계획은 99년 5월 수립됐고 건평씨가 문제의 땅을 사들인 시점은 이보다 1년 8개월 전인 97년 9월이다.

이에 대해 건평씨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90년 초 보증을 서줬던 거제시 모 공무원에게서 피해보상 명목으로 840여평의 성포리 토지를 받아 현재까지 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건회사 2곳에 임원 등재=김 의원은 “건평씨가 각각 감사와 이사로 등재된 정원토건과 경진토건(지난해 5월 청산)이 도대체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모르겠으며 정원토건의 대표로 돼 있는 백모씨는 건평씨의 인척이면서 무일푼인 사람”이라며 “돈이 없다는 건평씨가 이들 회사의 실소유자가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대선 당시 건평씨 재산형성 문제에 의혹을 제기하다 민주당으로부터 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김 의원은 조만간 진행될 관련 재판에 대비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조사해 왔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입장=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건평씨의 부동산 매입과 별장주택 허가과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지금까지 건평씨와 관련해 나온 것은 대선기간 이미 걸러진 것이어서 특별히 더 (청와대가) 조사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건평씨의 별장주택 허가과정에 의혹을 제기한 월간 신동아 기사와 김 의원의 주장에 대해 내부적으로 대응방안을 검토한 결과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이 20일 노무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가 실소유주라고 의혹을 제기하며 공개한 경진토건과 정원토건의 등기부등본.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김해=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거제별장-땅 매매경위 엇갈린 주장▼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 일가가 소유했던 경남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리의 ‘별장’ 주택 2채와 주변 땅 1800여평을 인수한 박연차(朴淵次·58) 태광실업 회장과 노 대통령 쪽과의 관계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 회장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태광실업은 전 세계 나이키 상표 신발의 20%를 하청 생산하는 기업. 베트남과 중국에 대형 신발공장을 갖고 있을 정도로 사업 기반도 탄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건평씨가 소유했던 경남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리의 별장. 한려해상 국립공원 내에 위치해 남해절경과 섬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거제=김성남기자

박 회장은 5공 때 민정당 중앙위원을 지내는 등 원래 구여권 인사들과 가까웠던 인물로 지금도 한나라당의 부산 경남지역 의원들과 교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되던 도중 건평씨의 땅을 인수한 점에 비추어 노 대통령과도 가까운 사이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건평씨 자신도 20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채가 많아 평소 알고 있던 박 회장에게 거제 땅을 팔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태광실업측의 설명은 다르다. 태광실업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나 건평씨가 관련된 땅이었다면 애초에 사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별장과 농장이 마음에 들어 부동산 중개업자의 소개로 구입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건평씨를 개인적으로 알긴 하지만 땅 거래 과정에 건평씨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이날 접촉이 되지 않았다.

박 회장은 문제의 부동산을 2002년 4월 10일 건평씨의 처남 민모씨로부터 5억여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실업 본사가 있는 경남 김해에서는 ‘대선 때 박 회장이 노 대통령을 후원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으나, 태광실업 관계자는 “박 회장은 한나라당 상임위원이며 그런 일은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박 회장의 셋째딸이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에 사무원(8급)으로 근무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돼 박 회장과 노 대통령 쪽과의 관계가 ‘밀접한 관계’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가시지 않고 있다.

박 회장의 딸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비서실에 들어오게 된 경위에 대해 “답변할 수 없다. 내가 지원해서 왔다”고만 밝혔다. 대통령비서실 관계자들은 “박 회장의 딸인 줄도 몰랐다”며 대답을 피했고 국정상황실 직원을 인선한 것으로 알려진 이광재(李光宰) 국정상황실장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건평씨의 별장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이번에 나온 내용은 지난해 대선 때 나온 것으로 다 걸러진 것인 만큼 더 조사할 필요성이 없다”고 밝혔다고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해=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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