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원 " 내가 비판한 것은'국기에 대한 맹세' "

  • 입력 2003년 5월 21일 10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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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 경례는 파시즘'이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유시민 의원(개혁당)은 20일밤 "국기에 대한 경례나 국민의례 그 자체를 문제삼은 것이 아니며 '국기에 대한 맹세'를 비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의원은 이날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대학생들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자유주의적 세계관과 가치가 어떤 것이냐를 예를 들어 설명하면서 국민의례를 예로 들었다"며 "국민의례가 남용되고 있고, 경로잔치에까지 굳이 국민의례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발언취지를 설명했다.

유의원은 "애국심이 다른 어떤 것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하지만 주권자인 시민들로 하여금 공공연하게 고백하고 서약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명백히 박정희 정권이 남긴 국가주의 체제의 유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국기에 대한 경례나 국민의례 그 자체가 아니라 '국기에 대한 맹세'를 비판한 것이 발언의 진의"라고 해명했다.

▼관련기사▼
- 유시민 “국기에 대한 경례는 파시즘 잔재"

유의원은 "진의와는 달리 '국기에 대한 경례는 파시즘'이라는 표현이 보도된 것은 제 책임이며, 이 표현 때문에 혹시 마음의 상처를 받으셨을지도 모를 분들께 정중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히고 "하지만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관성적으로 받아들이는 '국기에 대한 맹세'가 국가주의 체제의 유물이라는 제 견해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최건일 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

▼보도자료 전문▼

“국기에 대한 경례는 파시즘” 보도에 대한 해명

유시민 의원입니다. 대한매일과 연합뉴스 등의 보도로 시작된 “국기에 대한 경례는 파시즘 잔재” 발언 파문에 대해 저의 입장을 말씀드립니다.

우선 사실관계입니다.

제 사무실에서 내보낸 대학신문기자 간담회 발언요지 자료에 “국기에 대한 경례 등은 군사파시즘, 일제잔재라고 생각한다”는 내용이 있었음을 인정합니다.

대한매일의 최초보도와 연합뉴스 등의 후속보도에 나온 이 표현은 제 발언과 다름은 물론이요 발언의 진의와도 다르지만, 그런 차이가 발생한 원인을 저희 쪽의 자료가 제공했기 때문에 언론을 원망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국기에 대한 경례나 국민의례 그 자체를 문제삼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우선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다음은 그 발언이 나온 경위를 말씀드립니다.

오늘 대학생들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저의 이념성향과 관련된 질문이 나왔고 제가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는 만큼 자유주의적 세계관과 가치가 어떤 것이냐를 예를 들어 설명하면서 국민의례를 예로 들었습니다.

발언의 취지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국민의례가 남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시골마을의 경로잔치에서도 국민의례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을의 부녀회가 돈을 마련하고 자원봉사를 해서 여는,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점심과 술을 대접받고 한 나절 노래 부르며 노는 경로잔치에까지 굳이 국민의례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다른 예를 들어 삼성라이온즈와 롯데타이거즈(유 의원이 보낸 메일 자구 그대로임-동아닷컴 주)가 하는 야구경기에는 국민의례보다 두 구단의 단가나 응원가를 번갈아 부르거나 들려주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둘째는 국기에 대한 맹세를 문제삼은 것입니다.

저는 애국주의 또는 애국심이 매우 소중한 내면적 가치라고 생각하며 저 자신 애국심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주권자인 국민으로 하여금 국가 상징물인 국기 앞에서 국가와 민족에 대한 충성을 공개적으로 서약하게 만드는 것은 개인의 내면적 가치를 국가가 정한 의식을 통해 공공연하게 고백하도록 또는 그 고백을 들을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는 것이므로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제 기억으로 국기에 대한 맹세는 제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박정희 정권이 만들어 온 국민이 복창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저는 애국심이 다른 어떤 것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하지만 주권자인 시민들로 하여금 이것을 공공연하게 고백하고 서약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명백히 박정희 정권이 남긴 국가주의 체제의 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국기에 대한 경례”나 국민의례 그 자체가 아니라 “국기에 대한 맹세”를 비판한 제 발언의 진의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저의 진의와는 달리 “국기에 대한 경례는 파시즘”이라는 표현이 보도된 것은 제 책임입니다.

이 표현 때문에 혹시 마음의 상처를 받으셨을지도 모를 분들께 정중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관성적으로 받아들이는 “국기에 대한 맹세”가 국가주의 체제의 유물이라는 제 견해에는 변함이 없으며, 언론인 여러분께서 제 발언의 진의를 있는 그대로 봐 주시고 보도 비판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03. 5. 20

국회의원 유시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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