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커진 南”… 회담성과는 기대 못미쳐

  • 입력 2003년 5월 23일 18시 35분


남북이 23일 우여곡절 끝에 제5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담에서 7개항을 합의하고 마무리했으나 정부가 회담에서 ‘과거처럼 북한에 대해 양보만 하지는 않겠다’는 당초 다짐을 지켜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북핵 문제=경추위 합의서 어디에도 북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표현은 없었다.

오히려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대북 추가적 조치(further steps)’에 대해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의지였다”고 북측에 해명하는 태도였다.

이 때문에 통일부가 회담을 앞두고 “과거와 달라진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던 것은 공염불이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추가 조치가 군사적 조치를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하면 북한의 반발이 예상되고, 군사조치가 제외된 것이라고 못 박는 것은 앞으로 핵문제 해결시 필요한 ‘전략적 모호성’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고민도 적지 않았다.

김광림(金光琳) 수석대표는 “이번 회담이 경제회담이라 (북핵 문제를) 합의문에는 담지 못했지만 수차례 발언을 통해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고 해명했다.

▽‘재난 발언’ 해명=남측 대표단은 회담 초반 북한의 “남측에 헤아릴 수 없는 재난” 발언과 비공개 약속 파기에 대해 이례적으로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막상 23일 밤 북한이 “(재난 발언은) 대결이 격화되면 남북관계가 영(零)으로 되고, 재난이 닥쳐오니까 다 같이 잘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한 것”이라고 어정쩡하게 구두 해명한 것을 받아들였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타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낳았다.

▽향후 남북관계=쌀을 북한에 지원하는 협상조차 난항속에 진행된 데 대해 향후 남북관계가 쉽게 정리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특히 인도적 쌀 지원 이외에 개성공단 개발은 공단분양 및 인건비 지급 과정에서 현금이전이 불가피한 사안이어서 대북 고삐를 죄고 있는 미국의 반응이 주목된다. 결국 다음달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다시 열릴 것으로 보이는 북-미-중 3자회담에서 북한이 핵개발과 관련,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가 앞으로 남북 관계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5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잠정 합의사항 및 과거 합의내용
5차 경추위 잠정 합의내용과거 합의내용(합의시점)
쌀 지원10만t 씩 4차례 지원. 단, 검증단을 보내 민간지원 여부 실사쌀 40만t(수매가 기준 7244억원)을 1272억원에 연리 1%, 10년 거치 20년 상환의 차관 형식으로 지원(2002년8월 2차 경추위)
개성공단착공착공식을 6월중 개최대통령선거 이후인 2002년12월말에 개성공단 착공(2002년11월 3차 경추위)
철도연결군사분계선(MDL)에서 남북으로 25m씩 남아있는 레일설치 작업을 마무리. 철도연결 공사식 6월 개최.경의선과 동해선의 철도 및 도로의 연결지점과 접근 노선을 확정하기 위해 2002년11월중 공동측량을 실시(2002년11월 3차 경추위)
임진강수해방지협조홍수기 이전에 북측 지역 현장답사 실시. 수문자료 교환2002년 11월 중 수해 방지를 위한 현지조사에 착수(2002년8월 2차 경추위)
금강산관광 재개사스(SARS)를 우려해 중단된 금강산 관광을 조속히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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