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보 임명 유보, 잘한 결정이다

  • 입력 2003년 5월 25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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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언론의 제언을 수용해 10명 안팎의 대통령특보 임명을 당분간 유보키로 했다고 한다. 이 같은 유연한 자세는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기조 변화 움직임과도 관계가 있어 보인다. 내년 총선용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는 무보수 명예직인 ‘명함특보’ 양산은 꼭 언론의 비판이 아니더라도 벌써 적잖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던 터였다.

특보내정자 중에는 거액의 정치자금 수수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씨가 양심수라고 주장하는 ‘시민변호인단’에 참여해 일반의 상식을 거스르는 사람도 있고, 노 대통령 형인 건평씨의 재산의혹과 관련해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람도 있으며, 마치 여권핵심부의 의중을 대변한 듯한 ‘신당 동행불가 5인방’을 거론해 민주당 내에서 물의를 빚은 사람도 있다.

그뿐 아니라 일부 특보내정자가 발표된 뒤 이런저런 여권인사들이 대선기여도를 앞세워 자신들에게도 특보자리를 달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청와대가 꽤 곤욕을 치른 모양이다. 내정단계부터 이 정도니 특보 임명을 강행했다면 사태는 더욱 심각했을 것이다. 특보 임명 유보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도 고려한 듯싶다.

이미 본란에서 지적했듯이 책임과 의무는 없고 대통령과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권한만 가진 명함특보 임명에 따라 가장 우려되는 폐해는 권력형비리 조장과 비선정치 발호 및 국정시스템 혼선 가능성이다. 뻔한 부작용이 예상되는 데도 특보 임명을 고집하는 것은 청와대의 자해행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특보 임명은 당분간 ‘전술적으로’ 유보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아예 없었던 일로 하는 게 옳다. 청와대 관계자의 말처럼 노 대통령이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면 참모들이 나서 만류하는 게 올바른 보필이다. 적당히 여론의 눈치를 보다가 특보 임명을 다시 밀어붙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청와대는 앞으로도 언론의 합당한 제언과 비판에 마음을 열기 바란다. 그것이 국정의 시행착오와 오류를 최소화하고 늦지 않게 시정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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