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한 예산배정=행정자치부는 지방자치단체에 특별교부세를 배정할 때 실제 예산이 쓰이는 연도보다 1년 먼저 결정하도록 된 규정을 한번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그 결과 지자체는 이듬해 예산이 얼마나 돌아올지를 가늠하지 못해 사업계획도 못 세웠고, 뒤늦게 예산을 받은 뒤에도 해당 연도 연말에 이르러서야 사업에 착수해야 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1997∼2002년 소각장을 짓겠다는 전국 26개 지방자치단체에 국고보조금 856억원을 줬지만 모두 집단 민원에 밀려 착공조차 못했다. 환경부는 원금은 물론 5년 동안의 이자 120억여원도 지자체에 청구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편법이 동원된 계약 및 인력채용=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시약품을 살 때 공개입찰에 부친다는 규칙을 어겼다. 감사원은 “이로 인해 61억4000만원어치를 수의계약으로 구매해 예산을 일부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식약청의 수의계약률은 약품 구입계약 1309건의 98%인 1291건이었다.
철도청은 장항선 노반개량공사 1, 2공구 입찰과정에서 예상 건설비용의 60%선에서 최저낙찰가격을 결정한 뒤 업체와 계약해야 하는데도, 평균 80%로 계약해 603억원의 예산을낭비했다.
국정홍보처는 공무원 정원에 반영되지 않는 임시직인 국정홍보프로그램 제작요원을 상용근로자로 편법 고용했다. 이들의 급료로 지급한 23억원은 관서(官署) 운영비 등 다른 명목의 예산에서 전용했다. 감사원은 “편법 고용된 이들에게 고용보험 등 4대 보험 국가부담금과 퇴직금까지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성급한 사업 착수=과학기술부는 기초의·과학 연구센터와 선도기초과학연구실 사업에 착수하면서 예산 670억원을 배정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따낸 예산은 120억원이 부족해 두 사업 모두가 중단위기에 처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농림부는 광주 남구에 김치종합센터를 만들면서 94억원을 배정받았으나 광주시가 건립예정지를 그린벨트로 묶는 바람에 건설공사는 무기한 연기됐다. 그런데도 농림부는 매년 같은 곳에 센터를 건립하겠다면서 예산을 배정받고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감사원이 지적한 정부 부처의 부적절한 예산 사용 사례 | |
부처 | 부적절한 예산 사용 사례 |
기획예산처 | 철도청 조달청의 리스예산 편성하면서 미래비용 뺀 채 해당년 예산만 국회에 보고해 2002년 국회 동의 없이 966억원 사용. |
농림부 | 김치종합센터(광주 남구) 설립예산 94억원 받은 뒤 그린벨트에 묶여 무기연기. 그러나 매년 같은 곳에 센터를 짓겠다며 국회를 통해 예산 받고 있음. |
교육부 | 시·도 교육청 자체예산용이라며 2000∼2002년 특별교부금 943억원 배부. 그러나 124억원만 쓰고, 819억원은 묵혔다가 다른 용도 전용. |
환경부 | 97년 이후 소각장 26곳 짓겠다며 지자체에 보조금 856억원 교부. 그러나 모두 민원에 밀려 착공조차 못했음. 지자체에 원금은 물론이고 이자도 청구안해. |
조달청 | 김성호, 권오규 전 조달청장, 2002년 일반 예산 중 9700만원을 개인 선물 화환구입비로 사용. 기관용 업무추진비, 일반관리비에서 3000만원을 영수증 없이 사용. |
국정홍보처 | 홍보프로그램 제작요원을 임시직으로 뽑은 뒤 편법고용. 급료 23억원을 다른 예산으로 지급하고, 4대 보험 및 퇴직금까지 부담. |
철도청 | 장항선 공사 때 예상건설비의 60%를 최저낙찰가의 기준으로 삼아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는데, 80%를 기준삼아 예산 603억원 낭비. |
보건복지부 | 65세 이상 노인 8만2708명에게 경로연금을 지급하지 않음. 경로연금 5519억원 가운데 421억원을 전용했거나 미사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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