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만찬에서 설훈(薛勳) 배기운(裵奇雲) 의원 등 동교동계 일부 의원들은 노 대통령에게 “대통령이 정치에 초연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당정분리라고 하지만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 아니냐. 맨 앞에 나서서 나를 따르라고 해야 한다”며 신당에 대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내가 분당(分黨)이나 신당에 대해 말할 수도 없고, 말하기 어렵다”며 답변을 피하면서도 “깊이 고민해 보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특히 노 대통령은 “민주당이 지역당이라고 스스로 비하하기 이전에 지역적 기반의 사고를 뛰어넘지 않으면 안 된다. 민주당은 전국적 토대 위에 서야 한다”며 ‘국민통합 전국정당’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나아가 “호남에서 표를 잃지 않을 전략과, (호남에서) 약간의 손상을 입더라도 전국적 지지를 얻으려는 전략과의 충돌이라는 문제가 없으면 우리 당의 노선 갈등이 없을 것이다”며 신당추진에 대한 호남지역 의원들의 반발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한편 이날 정장선(鄭長善) 의원 등은 최근 국정난맥상에 대해 “정부가 일관성 없이 극과 극을 오간다는 걱정이 많은데 원칙을 갖고 해 달라”고 주문했고 허운나(許雲那) 의원은 “지금 대통령과 우리가 같은 당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남북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은 “내가 달라졌다고 하는데, 최소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확고하게 계승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만찬에는 101명의 의원 중 86명이 참석했으며 15명은 불참했다. 최근 신당 논의에 부정적 입장을 취해온 추미애(秋美愛) 의원은 다른 약속을 이유로 불참했고 김충조 박종우 이호웅 정범구 박병윤 의원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오지 않았다. 또 김홍일 이원성 의원은 신병을 이유로, 김기재 김성순 박상희 천정배 최선영 함승희 의원은 해외출장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김방림 의원은 수감 중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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