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변호·면회한 분들이 지금 날 가장 비난"

  • 입력 2003년 5월 28일 16시 59분


"노조도 이제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8일 올해 노사협력 유공자 15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나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일부 노동자의 너무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있다는 점이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 가장 강력히 정부를 비판하는 노동운동 지도자들은 내가 변호사 때 열심히 변호하고 면회 다녔던 분들이다"면서 "내가 대통령이 돼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80년대에는 돌멩이와 화염병을 들고 했는데, (지금은) 누구와 싸워야 하느냐. 그 전과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노동소득 분배율이 우리 상품의 경쟁력에 상당히 부담스런 수준까지 와있다"면서 "노사관계의 실질적 지위 향상과 복지관계, 사회적 삶의 질과 관계된 문제로 나가고, 임금 인상 투쟁은 어느 정도 조절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두산중공업 파업사태, 화물연대 파업, 전교조 문제를 풀어간 과정을 설명하면서 "(정부가)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그러나 타협이 안 됐으면 구속되고, 구속된 사람이 데모하고, 노조는 석방하라고 파업하고 악순환이 벌어졌을 것이다"며 "그래도 타협이 이뤄진 것은 잘 된 것이다"고 평가했다.

특히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도입을 둘러싼 전교조의 반발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말고 법대로 밀어붙이라고 지시했고, 한번 노무현이의 성질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그런데 윤덕홍 교육부장관과 문재인 민정수석, 이미경 의원이 가서 합의하고 왔다. 대통령 지시가 먹히지 않았지만, 합의한 것을 뒤집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농담조로 "권기홍 노동부 장관이나, 윤덕홍 장관, 문재인 수석 등이 모두 사회적 약자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어서 타협만 보고 왔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람을 잘못 임명한 것 같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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