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주변의혹 해명]盧 "형님이 개발정보 듣고 산것"

  • 입력 2003년 5월 28일 18시 38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8일 기자회견에서 생수회사 장수천과 형 건평(健平)씨의 재산관련 의혹에 대해 상세히 해명했다. 그러나 몇 가지 의문점들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신용리 임야 8700평의 실 소유자는 누구?=신용리 임야를 판 김기호(金基浩) 김해국제컨트리클럽 회장은 지난해 한나라당 당직자들에게 “이 땅의 실소유주가 노 대통령이며, 공단 개발정보를 입수해 땅을 매입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형님(건평씨)이 흘러 다니는 개발 정보를 듣고 땅을 샀다가 나중에 아니라서 깡통 되고 만 것이다. 나는 (이 임야의 매매에) 관여하지도 않았고 잘 모른다”고 한마디로 잘랐다.

관련 당사자들의 진술이 엇갈린 대목도 의문점이다. 매매계약서상 매입자로 돼 있는 백승택씨는 27일 “내가 단감과 소 20마리를 판 돈으로 직접 땅을 샀다”며 노 대통령과 엇갈린 발언을 했다.

건평씨가 직접 임야를 구입한 것도 논란거리다. 건평씨가 타인의 명의를 빌려 매매계약서를 작성한 시점이 96년인 만큼 신용리 임야 매매는 95년부터 시행된 부동산 실명제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래리 부동산의 실소유자 논란=노 대통령은 “(이 땅은) 내 소유였는데 기왕에 형님 앞으로 등기가 돼 있어 나중에 형님에게 넘어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관훈클럽 토론 때도 “89년 7월 자동차 매매상사를 판 돈을 진영 땅으로 바꿔둔 것이 4억원으로, 90년경부터 (이 땅을) 변동 없이 가져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지난해 “(노 대통령이) 92년 실질적인 소유권을 포기했고 관훈클럽 발언은 착오였다”고 해명했지만 노 대통령이 관훈토론 때 왜 그렇게 말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구조라리 땅의 ‘석연치 않은’ 매각경위=노 대통령은 “형님의 처남(민상철씨)이 진영읍 여래리 땅을 경락받을 때 지인으로부터 빌린 5억원을 구조라리 땅을 팔아 갚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조라리땅 매각 대금의 사용처는 여전히 의혹이다. 여래리 땅의 등기부등본상에는 민씨에게 5억원을 빌려준 노 대통령의 전 운전사 선봉술씨의 부인 박희자씨가 여전히 돈을 받지 않은 것으로 돼 있다. 게다가 박씨는 이 땅에 대해 경매신청을 해 놓은 상태다. 돈을 돌려받았다면 이 땅에 대해 경매를 신청할 자격이 없다.

소유권이 2001년 3월 처남 민씨에게 잠시 넘어간 과정도 논란거리다.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중간에 (건평씨) 처남 명의로 넘어간 것은 장수천이 부도나고 담보 땅이 경매 들어가고 하는 상황에 대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해 가압류를 피하기 위한 명의이전이라는 의혹이 사실임을 시사했다.

▽장수천 경영의 미스터리=노 대통령은 한국리스여신으로부터 대출받은 돈에 대한 거치기간 연장을 요청한 사실은 시인했지만 압력행사는 없었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당시는 97년 11월 국민회의 입당 전으로 국회의원도 아닌 ‘백수’였다”라고 설명했지만, 리스측이 ‘유명정치인’의 요청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의문이다.

노 대통령은 또 자신이 장수천의 실질적인 경영자였음을 밝힌 뒤 “(측근인) 안희정(安熙正)씨를 경영에 참여하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이는 안씨가 나라종금으로부터 받은 3억9000만원도 결국 노 대통령에게 들어간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발언일 수 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건평씨 "신용리땅 나와 무관"▼

노무현 대통령의 형 건평씨는 28일 노 대통령이 “김해 진영읍 신용리 임야는 형님이 흘러 다니는 개발정보를 듣고 산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대통령이 제대로 모르고 한 소리”라고 반박했다.

그는 “그 땅은 앞집에 사는 백승택씨(44)의 것이고 나와는 아무 관계없다”고 종전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기자회견 전에 청와대 쪽에서 나하고 아무 의논도 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생이 기자들 앞에서 내가 부동산 투기를 한 것처럼 말했는데 그런 사실이 없다”며 노 대통령에 대한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냈다.

김해=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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