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 내용은 건평씨와 박 회장의 관계, 땅 매입 경위 등에 대한 관련 당사자들의 이전 설명과 상당 부분 엇갈려 여전히 의문을 남기고 있다.
우선 건평씨와 박 회장의 관계에 대해 노 대통령은 “87년에도 박씨가 형님의 임야를 산 적이 있다. 서로 친하다. 형님이 땅을 사달라고 해 호의로 사준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도 이날 보충설명에서 “김해지역에서 건평씨와 박 회장이 친분 있는 사이라고 (노 대통령이) 말했는데 그렇게 저렇게 아는 사이라는 것이 딸을 (청와대 직원으로) 발탁한 경위가 될 수도 있겠다”며 두 사람의 관계 때문에 딸이 청와대에서 근무하게 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건평씨는 그동안 “박 회장을 만난 적은 있지만 친한 사이는 아니다”고 말해 왔으며 박 회장도 “78년부터 김해에서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며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님을 내비쳤다.
구조라리 땅 매입 경위에 대해서도 땅 매입에 간여한 태광실업 간부 정모씨(56)는 이날 “건평씨의 부탁을 받고 산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정씨는 “지난해 건평씨가 ‘구조라 땅을 좀 사 달라’고 해 현장에 함께 가 본 뒤 박 회장의 ‘결심’을 받는 과정에서 건평씨 땅이라는 사실을 박 회장에게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과 정씨는 그동안 “연수원 건립을 위해 거제 땅을 매입했을 뿐 처음엔 건평씨 땅인 줄 몰랐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다가 노 대통령의 회견 후 일제히 “노 대통령의 발언이 맞다”고 동조하고 나선 것이다.
김해=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盧대통령-김기호씨 관계▼
경남 김해시 진영읍 신용리 임야 8700평의 실소유자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라고 주장한 김기호(金基浩·77) 김해국제컨트리클럽회장의 발언 녹취록과 관련해 노 대통령은 28일 기자회견에서 “전혀 아는 바 없다”고 일축했으나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측이 김 회장의 발언 녹취록에 나온 노 대통령과 김 회장간의 95년 만남에 대해서는 시인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녹취록에서 “95년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부산의 한 커피숍에서 노 대통령과 건평씨를 만났으며 당시 노 대통령이 선거자금으로 필요하니 신용리 땅을 물러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이날 보충설명을 통해 “노 대통령이 김기호씨를 만난 적은 있다고 한다. 당시 김씨가 부산시장 출마계획을 갖고 노 대통령께 도움을 받을 작정이었는지, 형님에게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대화는 김씨 출마문제였지 이 땅에 관해서는 일절 논의된 바가 없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 자리에서 과연 어떤 내용이 논의됐는지가 김 회장의 녹취록 발언과 노 대통령의 해명에 대한 진위를 가리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27일까지만 해도 ‘95년에 노 대통령을 만났다’는 사실을 부인했던 김 회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문 수석의 발언에 전적으로 동조하는 말을 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이 이날 특별기자회견에서 ‘신용리 땅은 건평씨 땅’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노 대통령이 보고를 잘못 받고 한 말일 것이다. 나는 분명히 백승택씨에게 땅을 팔았다”고 주장했다.
등기부상 땅의 소유주로 돼 있는 백승택씨(45)도 “대통령이 어떻게 내가 가진 땅에 대해 알겠느냐”며 “내 땅이 맞다”고 거듭 주장했다.
김해=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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