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주변의혹 해명]안희정씨 통해 정치자금수혜 시사

  • 입력 2003년 5월 28일 18시 46분


28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특별기자회견으로 노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安熙正)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에 대한 나라종금 로비의혹 수사 결과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주목된다.

안 부소장은 2000년 10월 A창업투자사에서 불법 정치자금 1억9000만원, 같은 해 11월 나라종금에서 2억원을 각각 전달받은 혐의를 받고 있으나 구속영장이 두 번 기각됐다.

검찰은 “안 부소장이 노 대통령의 대리인도 아니고 두 사람이 주종(主從) 관계도 아니었기 때문에 안 부소장도 정치자금을 받을 만한 지위에 있었다”며 “노 대통령이 이 과정에 개입한 증거가 없는 한 조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상황이다.

안 부소장이 생수판매 전문 회사인 오아시스워터사의 실질적 대표이고 노 대통령이 94년 설립한 자치경영연구원의 실무를 총괄했기 때문에 정치자금 3억9000만원의 실제 수령자는 안 부소장일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28일 발언은 안 부소장이 받은 정치자금의 직접 수혜자가 사실상 노 대통령 자신임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상황이 뒤바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98년 말 ㈜장수천 경영에 안희정씨를 참여시켰고 99년 오아시스워터사를 설립한 뒤 생수판매에 승부를 걸어 사업규모가 확장일로에 있을 때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필요한 자금을 지인들로부터 조달하기도 했다”며 자신이 일정부분 경영에 간여했음을 내비쳤다.

이 같은 발언으로 미뤄볼 때 안 부소장이 노 대통령의 생수 사업을 위해 정치자금을 대신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안 부소장이 최근 검찰 조사를 받는 동안 ‘억울하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검찰 안팎의 의견.

그러나 검찰은 일단 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이 안 부소장에 대해 ‘동업자’라고 언급한 데 이어 이날 안 부소장의 역할에 대해서도 부분적으로 공개 언급함으로써 안 부소장이 받은 정치자금에 대한 노 대통령의 ‘공동 책임’ 문제는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에게 생수사업 자금을 지원한 지인들은 누구이고 이들이 어떤 경위로 어느 정도 도움을 주었고 현재 특혜를 받고 있지 않은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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